환위험를 피하고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환헤지 펀드를 선택한 투자자들의 마음이 요즘 무겁기만 하다.
원화가 미국달러 대비 강세화 될 경우를 대비해 설정한 환헤지 포지션에서 원화의 약세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과 같이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오가며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보유중인 환헤지펀드를 비헤지펀드로 갈아타야할지 고민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5일 한국펀드평가가 해외펀드중 환헤지형과 비헤지형이 동시에 출시된 펀드(설정액 1억원 이상, 1개월 이상 운용)를 대상으로 헤지 효과를 비교한 결과, 원화의 약세로 인해 비헤지형펀드의 수익률이 헤지형 대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달러를 주관련 통화로 하는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푸르덴셜동남아시아주식자-A'의 경우 헤지형의 3개월 수익률은 -36.65%, 비헤지형은 -19.81%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남아에 투자하는 해외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35.68%. 결과적으론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헤지를 선택한 것이 오히려 오버 헤지가 되버린 것.
삼성투신운용의 '삼성CHINA2.0주식종류형자' 역시 3개월 수익률이 헤지형은 -28.46%, 비헤지형은 -14.44%를 기록했다. 유로화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푸르덴셜유로주식자-A' 헤지형의 경우 3개월 수익률이 -23.06%로 비헤지형 수익률인 -18.17%과 5%포인트 가량 차이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머디티나 에너지섹터로 분류되는 펀드들 역시 같은 펀드지만 헤지형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큰 손실을 입었다.
SRI섹터로 분류되는 대신운용의 '대신지구온난화투자주식종류형-자' 헤지형의 3개월 수익률은 -35.99%, 비헤지형은 -27.80을 기록했으며, 삼성운용의 '삼성글로벌대체에너지주식종류형자'는 같은기간 헤지형과 비헤지형이 각각 -49.35%, -40.67%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환헤지형과 비헤지형이 동시에 출시된 펀드들의 설정액을 살피면 헤지형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같은 날에 출시된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푸르덴셜동남아시아주식자-A'는 헤지형의 설정액은 386억원을 기록한 반면 비헤지형은 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4월 설정된 삼성투신운용의 '삼성글로벌Water주식종류형자'의 경우도 헤지형에 2396억원의 자금이 몰린 반면 비헤지형으론 5억원의 자금이 모이는데 그쳤다. 이는 이들 펀드가 대부분 지난해에 설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펀드가 많이 팔렸던 지난해의 경우, 중후반까지 원화 약세에 대한 전망이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원화 강세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이에 환헤지 펀드를 통해 원화강세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환헤지형펀드의 판매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일부 판매사에선 어려운 환 전망을 회피하며 중립기조를 유지, 상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헤지형을 판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펀드는 대체로 주식관련 자산의 환 노출분을 70~90% 범위에서 헤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해외펀드와 환은 바늘과 실"이라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무조건 헤지하고 보는 성향이 있는데 해외투자는 반드시 환에 대한 의사결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에 대한 전망이 쉽지 않지만, 환이 불리하게 전개될 때 감내할 수 있는 수익률을 미리 정한다면 그때부터는 관리가 가능한 위험이 된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현재 환헤지로 인해 손실본 투자자들은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홧김에 펀드를 환매하거나 갈아타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우선 환에 대해 얼마나 열어두고 투자를 진행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