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존재감도 낮은데...‘위챗’까지 쫓아내는 트럼프, 왜?

입력 2020-08-0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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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동영상 공유 앱 ‘틱톡’, 소셜미디어 ‘위챗’ 모회사와 미국 관할권에 있는 사람 및 기업 간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미국 내 점유율이 낮은 위챗까지 퇴출을 예고해 파장이 크다.

▲중국 대표 애플리케이션 ‘틱톡’과 ‘위챗’ 로고. AP연합뉴스
▲중국 대표 애플리케이션 ‘틱톡’과 ‘위챗’ 로고. AP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7일 홍콩증시에서 위챗 모회사 텐센트홀딩스 주가는 한때 10% 이상 주저앉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트댄스, 텐센트홀딩스와 미국인의 거래를 45일 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여파다. 행정명령이 발효되면 미국 내에서 이들 업체가 운영하는 틱톡과 위챗 앱 제공이 금지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까지 90일 가량을 남겨 두고 글로벌 기술업계에서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장기업인 바이트댄스에게 틱톡을 미국 기업에 넘기라고 압력을 넣고 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앱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에 중국산 앱을 앱 스토어에서 제거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틱톡은 미국 10대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경계심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위챗은 미국 내 이용자 층이 얇은 데도 퇴출 통보를 받아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행정명령은 “미국을 방문하는 중국인한테서 수집한 정보를 중국 정보가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개인 정보 수집을 통해 연방 직원의 위치를 추적, 협박 및 기업 스파이 행위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중국의 가족, 친구, 비즈니스 파트너와 연락하기 위해 위챗을 사용하는 미국에 있는 중국인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위챗은 중국에서 쓰는 ‘웨이신’의 해외 버전으로, 인스턴트 메시지와 송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사용자 저변이 넓다. 텐센트에 따르면 3월 시점 웨이신과 위챗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12억 명에 이른다. CNN은 텐센트가 국가별 위챗 이용자 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사용자 대다수가 중국 웨이신에 있다고 추정했다.

제프리 할리 오안다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행정명령은 아시아를 놀라게 했다”며 “이것은 (중국의) 보호막 아래서 국제적으로 부상하는 중국 기업들이 직면하게 될 도전들을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위챗의 경우,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거래 금지 조치를 취한 건 상징적인 의미라는 이야기다.

CNN은 텐센트가 위챗을 시작으로 미국 내에서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작년 텐센트의 매출을 보면, 절반 이상이 부가서비스(VAS)에서 나왔는데, 주목할 건 여기에 수익성 높은 온라인 게임 포트폴리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다 위챗페이와 같은 금융 서비스 및 결제 서비스는 매출의 약 25%를 차지했다. 온라인 광고에서 나온 비율은 20%에 약간 못 미쳤다.

텐센트는 서바이벌 슈터 게임 ‘플레이어 언노운 배틀 그라운드(PUBG)’ 같은 많은 인기 모바일 게임 앱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주목한 건 많은 미국인 플레이어들이 PUBG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인 것으로 보인다. 앱 분석 회사인 앱애니에 따르면 작년 PUBG 유저의 지출 순위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10번째로 많았다.

만일 미국에서 중국 앱에 대한 금지가 확대되면 텐센트로서는 거대 모바일 게임 시장인 미국을 잃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노린 것도 바로 이 점인 셈이다. 앞서 폼페이오는 ‘신뢰할 수 없는 중국 앱’을 미국 앱스토어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추가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기술기업 퇴출 예고로 미국 기업들이 반사익을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된다. 전날 틱톡과 유사한 앱 ‘릴스’를 출시한 인스타그램 모회사 페이스북은 6일 주가가 6.49% 급등한 265.2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포브스는 이날 페이스북은 호재가 없었음에도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틱톡 효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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