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산 하마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현지 매체인 알마나르TV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베이루트 폭발 참사로 인해 135명이 목숨을 잃고, 50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도 수십 명이 실종 상태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상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갈 곳을 잃은 이재민 또한 최대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완 아부드 베이루트 주지사는 “이번 폭발 참사로 인해 25만 명에서 최대 30만 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심각하다. 아부드 주지사는 이날 현지 언론에 피해액이 최대 150억 달러(약 17조 7630억 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레바논 국내총생산(GDP)의 약 28%에 해당하는 규모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9년 레바논의 GDP는 약 530억 달러로 추정된다.
국영NNA 통신은 이번 폭발로 인해 레바논 수도에 있는 호텔의 90%가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라울 네메 레바논 경제장관은 “베이루트에서 영향을 받지 않은 아파트가 단 한 곳도 없으며, 영향을 받지 않은 비즈니스 또한 단 한 군데도 없다”고 표현했다. 그는 CNBC아라비아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며, 항구가 사실상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지 대통령 관저, 정부 청사, 각국의 외교 공관 등에도 이번 폭발의 영향을 받았다. CNN은 현지 국영 통신을 인용, 베이루트를 뒤흔든 폭발이 레바논 대통령의 관저인 바브다 대통령궁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고 보도했다. 이번 폭발로 인해 궁 출입구와 응접실, 복도의 창문 등이 산산 조각 났으며, 건물 일부 동의 문과 창문이 떨어져 나갔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정부 청사이자 총리 공관인 그랜드 세레일 건물 내부도 약간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를 입은 외교 공관에는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대사관이 포함됐다. 다행히 베이루트 소재 한국 대사관은 이번 폭발에서 심각한 영향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 현장에서 10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현지 한국 대사관은 건물 4층의 유리창 2개가 파손됐다고 한다. 러시아의 경우 폭발의 충격파로 창문과 문이 부서지는 등 건물 일부가 손상되는 피해를 입었으며, 여직원 1명 또한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부상을 입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전했다.
이밖에 일본에서 재판을 앞두고 레바논으로 탈출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도 폭발로 인해 집이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그의 아내인 캐롤은 브라질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괜찮지만 집이 파손됐다”고 말했다. 그의 자택은 폭발 현장으로부터 5㎞가량 떨어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