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출신 준웨이 여(딕슨 여)가 미국 법원에서 중국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방문 학자로, 미국군과 정부 관계자를 표적으로 삼고 정보를 수집했다.
그가 선택한 스파이 활동 무대는 링크트인이었다. 그의 링크트인 계정 소개 글에는 “북미와 베이징, 도쿄, 동남아를 연결한다”며 자신을 정치 리스크 분석가로 소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링크트인 계정을 통해 미 국방부의 중국 전문가와 전직 군 장교, 국무부 직원 등 수백 명의 정책 당국자와 친구를 맺었다. 이어 2018년 가짜 컨설팅 회사를 만들어 미국 공군에 파견된 보안 전문가와 5년간 연락을 주고받았고, 미 행정부 직원 3명을 고용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계 정보기관들 사이에서는 보안등급이 높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온라인 스파이 활동을 막을 수 없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빌 에바니나 미국 국가방첩안보센터(NCISC) 소장은 “외국 스파이들이 정부나 기업의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미국인을 목표로 가짜 계정을 공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파이들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접근하기 위해 헤드헌터 등으로 위장한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사람이 집에서 구직하는 상황도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하기 좋은 배경이 됐다. 사이버 보안단체인 프루프포인트의 라이언 칼렘버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낸다”며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스파이 활동을 강화할 동기가 됐다”고 전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중국이 수백만 명의 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기업을 해킹해 블랙 메일(공갈이나 협박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에 취약한 사람들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준웨이 여 사건을 두고 “잘 알지 못한다”며 “미국 사법기관이 중국 스파이 사건을 편집증적으로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 스파이 활동을 막는 기업인 스트라이더테크놀로지스의 그렉 레베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스파이 활동은 몇십 년간 이어져 왔다”며 “다만 기회의 창이 좁아지고 있어 중국이 점점 뻔뻔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중 갈등이 고조될수록 지식재산권을 훔치려는 중국의 노력이 더욱 대담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