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시행 첫 주말 '대혼돈'...집주인 '분통', 세입자 '좌불안석'

입력 2020-08-02 17:00 수정 2020-08-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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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보증금 호가가 한꺼번에 2억 원 가까이 뛰니 전셋집 찾는 수요자들이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집주인들은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은데 피해자가 되긴 싫다는 입장이다. 이 일대 전세 거래는 이미 뚝 끊겼다.”(경기도 과천 K공인 관계자)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을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됐다. '속전속결'로 처리된 임대차법에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임대차법과 관련해 위헌 소송까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일 강남 한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작년 8월 입주 당시 10억 원 안팎이었던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전용 84㎡의 전세보증금 호가가 현재 16억 원에 달한다.

개포동 G공인 측은 “임대차법 통과로 앞으로 3년은 시세대로 받지 못하고 묶이는 건 재산권 침해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집주인이 여럿 있다”며 “기존 전세가격과 현 시세 간극이 너무 커 5%룰 수용이 어렵다고 묘책을 묻는 집주인들이 많지만 방법이 딱히 없어 이럴 바엔 차라리 실거주하겠다는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역시 관련 문의가 많긴 마찬가지다. P공인 측은 “임대차법 관련 문의는 많은데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없어 인터넷을 통해 직접 알아보면서 안내 중”이라며 “너무 갑작스럽게 시행에 들어가 모두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 중계동의 M공인 측도 “임대차법이 아니었으면 가격을 올릴 생각이 없었던 집주인들마저 4년간 가격이 묶인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는 분위기”라며 “임대인, 임차인 할 것 없이 우왕좌왕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세입자라고 해서 마냥 안도할 순 없다. 공인중개소들은 이번 법안에 발을 구르는 건 오히려 기존 세입자나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라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전세 계약 연장으로 매물잠김이 극심해져 가격이 치솟고 있는 데다 세입자의 전세자금대출 증액을 동의해주지 않는 등의 꼼수를 고민하는 집주인도 있기 때문이다.

잠실 P공인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증액에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차질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방식을 고민하는 집주인도 있다”며 “이게 이번 대책의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세시장 불안은 서울뿐만이 아니다. 전셋값이 폭등세인 하남을 비롯해 수도권 전 지역이 사정권이다. 특히 3기 신도시 인근 지역의 경우 가격이 속수무책으로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현지 공인중개소 사이에서 나온다. 임대차법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만 더 가중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임대차법에 임대주택의 질적 수준이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계동 M공인은 “이 일대는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아 전세 물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수익이 줄어들면 집주인들이 집수리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이곳처럼 노후 주택이 많은 지역은 임대시장 자체가 질적으로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들 사이에선 임대차법이 임차인의 안정적 삶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릴 뿐이라는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임대차3법 도입을 두고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기도 한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1일 정부의 임대차3법 중 하나인 ‘계약갱신청구권제’에 대해 임차인과 임대인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이들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으로 부동산 시장에 전세 물량이 급격하게 줄어 전셋집에 사는 임차인이 다른 전셋집으로 이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전세 물량 감소와 전셋값 폭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의 같은 역효과를 줄이기 위해선 매물잠김 방지책과 임대인의 사유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시장의 국지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시행에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서울은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해 임대료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공급 과잉으로 전셋값이 하락하는 다른 지역에선 임대차법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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