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먼코닥 주가가 심상치 않다. 한 주 새 주가가 1500% 가까이 폭등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이 배후로 미국판 동학 개미들인 ‘로빈후더’들이 지목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코닥 주가는 전날 2.10달러에서 33.20달러로 317.61%나 뛰었다. 이에 시가총액도 9200만 달러(약 1100억7000만 원)에서 15억 달러로 단숨에 16배가 불어났다.
이상 폭등에 이날 거래소에서는 개장한 지 불과 두 시간 사이에 서킷브레이커가 20번 이상 발동됐다. 이번 주에만 코닥 주가는 1481% 폭등했다.
이상 조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코닥에 약품 원료 생산 자금을 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작됐다. 앞서 코닥은 28일 미국 국방물자생산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7억6500만 달러를 대출 받았다면서 이 자금으로 약품 원료 생산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법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비상사태가 터졌을 때 정부가 일부 기업에 특정 물품을 생산하도록 지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닥과의 거래는 의약품 생산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기 위한 돌파구”라며 “코닥은 복제약 등을 생산할 것이다. 우리는 일자리를 되가져오고 미국을 세계 주요 의약품 제조국 겸 공급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27일 뉴욕 로체스터에 위치한 한 방송국은 코닥이 이 같은 사실을 다음날 발표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후 삭제했지만 시장에 입소문이 번지면서 코닥 주식 거래량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CBS 계열사 WROC의 뉴스 앵커 애덤 코닥은 FT에 “해당 보도는 코로나19 관련 생산에 합의했다는 것 말고 구체적인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직 뭘 만들지 정하지도 않았고, 만든 것도 없는 상황에서 주가가 폭등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짐 컨티넨자 코닥 최고경영자(CEO)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면서 “코닥 직원들도 관련 사실을 인지한 지 얼마 안 됐다. 엄격히 비밀이 유지되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생산력 구축에만 길게는 3년 반이 걸린다”고 의아해했다.
필름의 대명사인 코닥은 디지털 시대 도래에 발맞춰 사업 모델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2012년 파산보호 신청 후 이듬해 사업구조를 재편해 제약회사로 변신했다. 약품 원료를 생산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신생아에 불과한 셈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확인을 거부했지만, 코닥의 공식 발표 전 거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사전 유출 조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한편 코닥 거래량은 28, 29일에도 계속 증가해 5억5800만 주, 약 109억 달러어치가 거래됐다. 미국의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의 투자자들이 배후로 지목된다. 이날 로빈후드의 11만7105개 계정이 코닥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만 해도 코닥 주식을 보유한 로빈후드 계정은 1만 개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