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영업점 축소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자 시중은행 관계자가 뱉은 하소연이다. 은행의 디지털화와 비대면 서비스 강화를 독려했던 금융당국이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 경고성 멘트를 날리자 섭섭함과 답답함을 드러낸 것이다.
윤 원장은 22일 임원회의에서 은행권의 영업점 감축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윤 원장은 “코로나19 영향, 순이자마진 하락에 따른 비용절감 노력 등으로 점포 폐쇄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특히 코로나19를 이유로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수를 감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윤 원장은 금감원 간부들에게 “점포 폐쇄와 관련해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의 감독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금감원 간부회의에서 윤 원장의 발언을 공개하지 않는게 관례다. 이날 윤 원장의 작심발언을 보도자료로 작성해 배포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은행들의 점포 축소 문제에 대해 경고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2년 7681개였던 은행 영업점포는 지난해 6710개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은 총 126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지난해 전체 88곳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하반기에도 추가로 통폐합 작업 앞두고 있는 만큼 은행 점포 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조만간 지난해 6월 은행연합회와 함께 마련한 ‘은행권 점포 폐쇄 공동절차’ 등을 은행들이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점검할 방침이다. 규정은 은행 지점을 닫을 때 사전 영향평가를 거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같은 대체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금감원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윤 원장은 은행의 디지털화를 독려해왔다. 윤 원장은 지난 5월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금융의 비대면화·디지털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기존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금융 혁신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고령층 금융 접근성에 대한 문제는 함께 고민하고 있고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라면서 “금융당국이 비대면 디지털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영업점을 축소하고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했는데 이제와서 점포수 축소에 제동을 거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비용 ‘비효율 점포’를 통폐합 하고 거점별로 특화된 종합금융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의 가장 큰 화두는 디지털 전환이다.허인 KB국민 은행장은 취임 후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한 창구, 바이오 생체인증 도입, 비대면 플랫폼 강화 등 조직을 빠르게 ‘디지털 KB’로 전환해왔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지난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디지털·채널 혁신을 핵심 과제로 언급하는 등 ‘디지털 최우선’ 전략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