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러버 "기다리다 지쳐"…'낙동강 오리알' 선박 700척 달해

입력 2020-07-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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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중국 작업장 폐쇄ㆍ유가 하락' 주요 원인

▲1만TEU급 이상의 대형 선박 중 세계 최초로 HMM블레싱호에 설치된 개방형 스크러버. 하유미 기자 jscs508@
▲1만TEU급 이상의 대형 선박 중 세계 최초로 HMM블레싱호에 설치된 개방형 스크러버. 하유미 기자 jscs50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배기가스 내 황산화물(SOx) 저감장치인 스크러버 설치를 못하거나 취소하는 전 세계 선박이 무려 700척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해운업계 및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들이 스크러버 설치를 계획했던 선박들 중 700척 이상이 설치가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부터 2개월 동안 스크로버 설치 계획을 취소한 선박만 270척에 달하며, 최근 들어서는 신규 설치 주문 건수도 급감하고 있다. 현재 약 100척에 불과한 선박에 대해서만 스크러버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올해 연초 대비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동안 상당수 글로벌 선사들은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시행한 황산화물 배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선박들에 대한 스크러버 설치를 계획해왔다.

배기가스 중 황산화물 비중을 0.5% 이하로 낮춰야 하는데, 이를 위한 대응책 △스크러버설치 △저유황유 사용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도입 3가지 중 스크러버를 택한 것이다.

연간 지출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이상인 만큼 고유황유를 사용할 수 있는 스크러버가 장기적으로 수익성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기존 벙커유 대비 50%가량 비싼 저유황유, 도입단가가 상당히 높은 LNG 추진선 대비 스크러버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다 유리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크러버 설치에 제동이 걸린 것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것으로 작업장 폐쇄, 유가 하락이 주 이유다.

▲스크러버를 탑재한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 2호선 ‘HMM 오슬로’호가 지난 5월 28일 컨테이너를 가득 채워 싱가포르에서 유럽으로 출항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스크러버를 탑재한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 2호선 ‘HMM 오슬로’호가 지난 5월 28일 컨테이너를 가득 채워 싱가포르에서 유럽으로 출항하고 있다. 사진제공=HMM

우선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스크러버 설치 물량의 76%를 담당해왔던 중국의 작업장(야드)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잠정 폐쇄됐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 기조가 저유황 연료유 가격을 끌어내리며 고유황 연료유 가격과의 격차를 대폭 줄이고 있다. 올 초만 해도 톤당 300달러 이상 차이났던 두 연료유 간의 가격 차이는 지난달 기준 톤당 60달러까지 좁혀졌다. 스크러버 설치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2009년부터 스크러버 설치 등으로 환경규제에 대응해 온 국내 선사 HMM은 이미 운영 선대 중 70% 선박에 대해 스크러버 설치를 완료한 상태다. 이미 1만 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HMM블레싱호)에 세계 최초로 스크러버를 설치했으며 지난 4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도 스크러버 장착은 기본 옵션이다. 내년에 인수하는 1만6000TEU급 8척에도 스크러버가 설치된다.

HMM 관계자는 "현재는 저유가 기조 등으로 스크러버 설치에 대한 수요가 낮아질 수 있지만, 언젠가는 유가가 오를 것"이라며 "또 중국 야드가 언제 재오픈될지 모르는 상황도 불안 요소로 우리는 이같은 불확실성을 이미 해소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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