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앨리슨 버로스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미국이 가을 학기에 100%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에 반발해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낸 가처분 신청에 따라 이날 열린 첫 심리에서 버로스 판사는 “미 정부가 철회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이번 정책의 집행은 물론 결정 자체를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 취소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지난 6일 ICE는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학교에 다니는 비이민자 F-1 및 M-1 비자 유학생들의 미국 체류와 신규 비자 발급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수정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혼용하는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도 100% 온라인 수강만 선택하면 미국에서 쫓겨나며, 만약 학기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악화에 따라 완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될 경우에도 미국에 머물 수 없게 된다.
이후 거센 역풍이 불었다. 하버드대와 MIT는 해당 조치의 집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번 조치가 코로나19로 인한 유학생들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고, 유학생들의 수강 여건과 취업 등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아이비리그 명문대를 포함한 200여 개 대학과 대형 IT 기업들도 하버드와 MIT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처럼 미국 내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자 미 정부는 결국 한발 물러났다. 관계자는 대신 트럼프 정부가 신입 유학생들에게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비자취소 조치 철회로 유학생의 온라인 수강에 관한 ICE의 지난 3월 정책이 복원된다. 통상 미국 대학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은 학기당 1개가 넘는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없지만, 당시 ICE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고려해 유학생들이 온라인 수업만 받아도 비자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이로써 미국으로 유학 온 100만 명의 해외 유학생들은 일단 한 숨 덜게 됐다. 라파엘 라이프 MIT 총장은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지금 시기는 더더욱 정책 결정에 있어 인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정책 관련해 결정을 번복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