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ㆍ엔 환율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엔화 초강세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증시에서도 엔고 상황 속 투자대안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중 100엔당 1600월을 돌파한 이후 1536.96으로 거래를 마쳤다. 그 전날의 경우 환율은 지난 1991년 원ㆍ엔 고시환율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인 1546.09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금융당국이 연일 시장 안정화 대책을 쏟아내는 상황 속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적극적인 매수세 유입 속에 단기 반등세를 연출, 장중 한 때 1000선을 재탈환하며 상승 모멘텀을 갖춰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시장으로부터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러나 증권업계에 따르면 시장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고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투자심리 불안이 여전한 상황이라 기본적으로 보수적 접근을 견지하되 최근 엔화 강세에 따른 투자 전략에 대해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엔화 강세 현상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등 고금리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실물 경기침체에 대응하고자 정책 공조를 통한 금리인하를 단행, 그동안 저금리의 일본 엔화를 차입해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온 '엔캐리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가속화 되는 반면 원ㆍ엔 환율의 상승 흐름은 지속되고 있어 엔화 강세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제로금리 수준으로까지 진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시 엔화의 상대적인 가치는 당분간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앤캐리트레이드 청산으로 엔화가 미 달러화에 초강세를 보이는 데 반해 원화는 달러화에 연일 약세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달러화 가치는 지금보다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 엔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것이기 때문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은 엔고 국면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수출 기업, 특히 가격 경쟁력 확보에 따른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기업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펀더멘탈이나 제품의 수준이 유사할 경우 가격경쟁력은 매출 증감의 최우선 조건이 된다"며 "엔고 현상 지속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주요 대상 기업들로는 IT, 자동차 업종 대표 종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소비 수혜 기업과 엔화로 보유중인 순자산 규모가 많은 기업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일본으로의 납품 비중이 높은 기업인 신도리코의 경우 일본 리코사로부터 ODM(OriginalDevelopment Manufacturing) 수주를 받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난해 기준으로 대일 수출 비중이 72.1%에 달하는 대표적인 수출주이다.
수출주는 아니지만 호텔신라 역시 최근 40% 가까이 절상된 일본의 화폐가치로 인해 일본내 한국의 여행 수요를 자극, 일본 소비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보유 엔화 자산 규모가 엔화 부채 규모보다 큰 기업들 또한 상대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에 해당하는 기업들로는 태웅, 웅진코웨이, NHN, STX엔진, 글로비스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