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금융은 원래 사람들의 경제활동을 원활하게 하려고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환전하고, 여유 자금을 예탁하고, 필요한 재원을 융통하면서 공신력 있는 은행을 만들어 나갔다. 무거운 돈을 소지하거나 보관하지 않고도 상업과 무역거래를 수행할 수 있었다. 금융은 경제의 윤활유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면서 인류의 생활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던 금융이 금융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자체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산업을 지배하고 사회경제의 주연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금융이 사회를 위하여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반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작년 3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혁신금융 추진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의 패러다임을 가계금융 부동산 담보 중심에서 미래 성장성 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하여 위험을 공유하고 혁신성장을 이끄는 금융생태계를 구축하고자 대출 자본시장 정책자금 분야별로 혁신금융 과제들을 제시하였다. 코로나 이전의 혁신금융 이야기이다.
코로나는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난달 11일 열린 금융발전심의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모두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 위기의 터널을 신속히 빠져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터널 이후에 나타날 새로운 길을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터널을 통과한다 해도 우리 앞에 나타날 길은 잘 포장된 고속도로가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지나면서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터널의 끝에 어떠한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진 못하지만, 확실한 것은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의 거리가 더욱더 멀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전개되리라는 것이다. 2019년 혁신금융 발표에서 담보가 없는 자영업자와 개인도 동산을 담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지만 언감생심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금융의 폭을 확장하고 있긴 하지만, 금융현장의 온도는 냉랭하기만 하다. 기업금융 위주의 혁신방안에서 소상공인과 가계금융에 대한 혁신, 특히 서민과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까지의 금융은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진입장벽을 높여서 까다로운 인가절차를 적용하였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로 금융회사의 경영이 어려울 때는 정부의 구조조정기금으로 회생시켰다. 금융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한다. 원래의 정신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의 생활을 돕는 공적 의미의 금융이 되어야 한다.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할 때이다.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정보기술(IT) 기반의 회사들이 참여하면서 더욱 대중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 이후의 변화되는 사회를 담을 수 있는 금융이 어려움을 겪는 금융소비자들 앞에 나타나야 한다. 기존의 금융이 하기 어렵다면 임팩트금융과 소셜뱅크와 같이 사회적 의미를 담는 새로운 금융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금융에 대한 보다 근본적 생각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혁신은 기득권적인 사고를 내려놓는 것이다. 진정한 혁신금융은 금융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하면 너무 과한 이야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