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플래그십 개인용 컴퓨터에 인텔이 만든 칩을 사용해 온 애플의 인텔 의존도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과 인텔의 결별로 반도체 업계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에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애플의 CPU 점유율 하락으로 삼성전자가 다시 1위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처음으로 인텔을 꺾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다시 인텔에 선두자리를 뺏긴바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거둔 매출은 512억9100만 달러(약 62조5000억 원)다. 2018년 737억800만 달러 대비 29.2% 줄었다. 매출 1위 자리도 인텔(677억5400만 달러)에 내줬다.
맥 PC에 들어가는 칩은 인텔의 연간 매출에서 5% 미만에 불과해서 인텔에 큰 타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문제는 이번 애플의 움직임으로 다른 PC 회사들이 비슷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로서는 당장 매출에도 물론 영향이 있겠지만, 향후 다른 PC 제조사들의 이탈 가능성이 더 우려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파운드리(칩 위탁생산) 사업에선 삼성전자에 오히려 좋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직접 설계한 ARM 기반의 새로운 맥 PC용 칩을 대만 TSMC에 맞길 계획이다.
TSMC를 추격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단 목표를 내세운 입삼성전자로서는 뼈아픈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올해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액 101억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점유율 51.5%로 압도적인 1위다. 삼성전자는 매출액 36억7800만달러, 점유율 18.8%로 2위다.
다만 향후 애플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물량을 맞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하기는 이르나 스마트폰과 PC까지 모든 칩을 TSMC에 독점 위탁 맡기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이원화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