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적용받는 기업 5개 곳 중 1곳이 아직 도입 준비도 마치지 못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도입 준비 마친 기업은 12%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IT환경, 운영 인력, 외부감사인 요구사항 등을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EY한영은 이 같은 내용의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대응 전략’ 웨비나 참석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는 자산 규모 2조 원 이하 중소·중견기업 회계 재무, IT기획, 경영전략 업무를 맡은 팀장·실무자급 262명이 참여했다. 웨비나는 최근 EY한영과 ICT 전문 기업 더존비즈온이 함께 개최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0년 사업연도부터 변경된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자산 5000억 원 이상 2조 원 미만 규모 회사 중 88%가 여전히 준비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입을 준비하기 위한 ‘진행 상황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20%에 달했다.
2022년부터 적용 대상인 자산총액 1000억 원 이상, 5000억 원 미만 규모 중소기업도 준비가 완료됐다고 답한 곳은 2%에 불과했다. 나머지 98%는 준비를 마치지 못한 셈이다.
도입 준비를 시작조차 못했다(진행 상황 없음)고 답한 회사가 39%에 달했다. 1000억 원 미만 자산 규모 기업들 10곳 중 7곳 회사(70%)도 내부회계관리제도 준비 관련 ‘진행 상황이 없다’고 밝혔다.
2018년 11월 전면 시행된 신외감법의 주요 골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실효성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이다. 상장 법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인증 수준이 기존 ‘검토’에서 ‘감사’로 상향 조정된 것도 이런 이유다.
이에 따라 감사인은 재무제표 회계감사와 같은 수준으로 내부회계관제도에 대한 감사의견을 내야 한다. 재무제표 자체의 적정성뿐만 아니라 재무제표의 작성 과정과 절차 또한 중요해진 것을 의미한다.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자산 규모에 따라 차례로 적용되고 있다.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은 2019년부터 이미 적용받고 있다. 자산 5000억 원 이상 2조 원 미만 중견기업은 올해부터 적용 대상이다. 2022년에는 자산 1000억 원 이상 5000억 원 미만, 2023년에는 자산총액 1000억 원 미만의 모든 상장사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된다.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2%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복수 응답)으로 ‘운용 인력의 부족’을 꼽았다. ‘경영진의 인식 부족’(37%)과 ‘현업부서와의 의사소통’(36%)이 뒤를 이었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경영진부터 관련 부서 전체를 아우르는 전사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실제로 운영하게 되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으로는 ‘IT환경의 복잡성’이 4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운영 인력 조달’(39%)과 ‘급격한 시스템 변화’(37%) 등 응답률과 큰 차이가 없어 기업들은 향후 운영 과정 전반에 걸쳐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편 적용 시기별로 변경된 내부회계관리제도 시행 시 예상되는 어려움을 물어본 결과, 이행이 임박한 기업들의 경우에는 외부감사인의 요구사항이 늘어나는 점을 당면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2020년 적용 기업 60%가 가장 우려되는 어려움으로 ‘외부감사인 요구사항 증대’를 꼽았다. 반면 2022년 적용 기업은 41%, 2023년은 26%로 변경된 제도 시행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비교적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광열 EY한영 감사본부장은 “변경된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을 앞둔 기업들이 복잡한 IT환경, 운영 인력, 외부감사인 요구사항 등 다양한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넘어 최고경영자(CEO)부터 관련 부서 실무자까지 ‘전사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은 국내외 이해관계자들의 높아진 회계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고, 기업의 체질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