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봉쇄 조치 완화와 경제활동 재개로 미국 소비지표가 깜짝 반등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한 데다 2차 감염 폭발 가능성도 위험 요소로 남아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다시 닫힐 수 있어 미국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7.7% 늘어나 통계를 시작한 1992년 이후 사상 최대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증가 폭은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7.7%를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 제한이 해제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 영향이다. 의류, 가구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소비가 증가하면서 소매판매는 지난 4월 기록했던 사상 최악인 14.7% 감소에서 극적으로 반등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소매판매가 역대 최대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이날 뉴욕증시도 급등하면서 3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2.04%, S&P500지수는 1.90% 각각 급등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73% 올랐다.
미국 실물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핵심 ‘버팀목’인 소비가 살아나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2월부터 경기침체에 접어든 미국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매판매 발표 직후 트위터에 “와우! 5월 소매판매가 역대 최대 월간 증가폭을 나타냈다. 예상보다 훨씬 크다”며 “증시와 일자리를 위한 큰 하루처럼 보인다”고 환호했다.
다른 경제지표도 미국 경제가 바닥을 치고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5월 실업률도 13.3%로, 전월의 14.7%에서 하락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날 발표한 5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4% 증가, 시장 예상치 2.6% 증가에는 못 미쳤지만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4월 산업생산이 12.5% 급감해 역대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영국 연구진이 기존 스테로이드 계열 항염증제 ‘덱사메타손’이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큰 효과를 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 것도 뉴욕증시 급등을 지탱하는 호재가 됐다.
그러나 WSJ는 일부 경제학자들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하는 등 미국 경제회복에는 갈 길이 멀며 최근 수십 개 주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경제 재개에도 먹구름이 끼었다고 경종을 울렸다. 만일 확진자가 급증해 경제활동이 다시 봉쇄되면 경기가 더 후퇴할 가능성이 짙다.
소매판매도 크게 호전됐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6.1% 감소한 것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월과 비교해도 7.9% 적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 증언에서 “경제회복 시기와 그 정도에 대해 커다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그는 “이런 불확실성의 상당 부분은 코로나19 경로와 억제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중이 코로나19가 억제됐다고 확신하기 전까지 완전한 경제회복은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