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담한 기업 성적표, 숨통 터줄 정책 내놔야

입력 2020-06-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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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적표가 참담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1분기(1~3월)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증가율은 마이너스(-)1.9%로 5분기(1년 3개월)째 뒷걸음질 쳤다. 매출액증가율은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한 종잣돈 사정을 의미하는 기업의 대표적 성장성 지표다. 수익성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5.3%에서 올 1분기 4.1%로 떨어졌다. 역시 전년동기대비 6분기째 축소세다. 이는 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아 고작 41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부채비율은 2분기 연속으로 높아져 88.0%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1분기 90.3%을 기록한 이후 12분기 만에 최고치다. 우리 기업들의 벌이가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빚만 늘어난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확산)으로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충격이 컸던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 매출액증가율이 -2.1%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분기(4~6월) 성적표도 부진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본다. 각국 봉쇄조치가 이어지면서 수출 실적이 악화일로다. 코로나19 충격이 서비스업에 이어 수출 제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핑계만 대기도 어렵다. 성적표를 곱씹어 보면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은 5분기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훨씬 이전부터 좋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뺀 매출액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6%와 3.8%에 그쳤다. 우리 산업구조가 반도체로 대표되는 두 기업에 대한 편중이 그만큼 심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적극적 재정과 통화정책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인 지표로 나타난다. 한은이 집계하는 1분기중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대출금을 보면 전 분기대비 51조4000억 원(4.3%) 급증해 한은이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1분기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 중 급하게 필요한 운전자금 증가규모도 37조7000억 원에 달했다. 산업별로도 1분기중 제조업엔 14조8000억 원이, 서비스업엔 34조 원이 풀렸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갈 길은 멀지만 우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회는 아직 원구성도 마치지 못했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처리도 불투명하다. 추경 후 정부 추가 대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과 같이 정부의 지원 대책도 피로감이 쌓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더욱이 코로나19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했듯 작금의 경제는 전시상황이다. 정부 지원의 고삐가 풀려버리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은 숨을 쉴 수 없다. 반도체에 편중된 산업구조의 재편도 서둘러야 한다. 반도체마저 미중 간 틈에 낀 넛크래커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기업을 옥죄는 입법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각종 기업 규제를 풀어 기업이 뛰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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