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스포츠·이벤트 분석업체인 퍼포먼스리서치가 지난달 중순 1000여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는 신작 영화가 영화관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동시에 개봉할 경우 자택에서 보는 쪽을 택한다고 했다. “영화관에서의 신작 관람을 더 선호한다”는 응답은 13%에 그쳤고, 나머지 17%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두 달 넘게 자택대피 명령이 내려진 이후 많은 미국인이 집에서 혼자 노는 게 더 편해진 것이라고 마켓워치는 평가했다.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 ‘집콕(집에 콕 박혀 있다는 뜻의 신조어)족’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홈테인먼트(홈+엔터테인먼트)’, ‘홈쿡(홈+쿠킹)’, ‘홈술’ 등 집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는 추세다. 코로나19 대유행과 그에 따른 봉쇄 조치 등으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그리고 언제 개발될지 모르는 백신과 치료제가 등장할 때까지 전염병과 공생해야만 하는 상황인 만큼 이러한 문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집콕 붐은 최근 기업들의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1분기 매출이 28% 증가했고, 전 세계 유료회원 수도 작년 말 대비 1577만 명 증가했다.
스피닝 자전거, 런닝머신 등 실내 운동기구를 판매하는 홈 트레이닝 기구 전문업체 펠로톤은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급증했다.
게임업계도 코로나19 호재를 누린 대표적 업종 중 하나다. 통계분석업체 닐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프랑스·영국 게임 이용자들의 평균 게임 시간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각각 45%, 38%, 29% 늘었다.
인터넷을 통한 ‘랜선 문화 생활’도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집콕 족들은 안방에서 유명 박물관에 방문해 다양한 예술작품을 즐기는가 하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관람하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내놓은 가상현실(VR) 투어 프로그램이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12일부터 5월 22일까지 루브르박물관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1500만 명이 넘었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루브르박물관을 찾은 전체 관람객(1400만 명)보다 많은 수치다.
집콕 족의 증가에 따라 영화관이 아닌 온라인에서 개봉하는 영화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랜트는 극장이 아닌 집에서 영화 관람을 선호한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영화관을 건너뛰고 온라인으로 직행하는 영화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유니버설의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는 지난 4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화관 상영을 포기하고 온라인에 출시했는데, 개봉 3주 만에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소닉픽처스는 지난달 톰 팽크스 주연의 ‘그레이하운드’를 극장 개봉 없이 애플TV플러스(애플TV+)를 통해 출시하기로 했으며, 월트디즈니도 영화 ‘아르테미스 파울’을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디즈니+)에서 개봉키로 했다.
레스토랑과 주점으로 향하던 발길도 이제는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이 끝난다 해도 한동안 사람들은 레스토랑 대신 자택 주방을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일간 폴리티코는 유럽이 그들의 외식 문화와 야외 카페 문화로 돌아오지 않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중국의 경험은 제재가 끝났을 때도 사람들이 외식으로 돌아가길 주저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외식을 원할지라도 단골 식당이 문을 닫을 수도 있어서다. 유럽 비영리 단체인 호트렉(HOTREC)의 이사회 멤버인 아드리안 커민스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일랜드에서 40~50%의 레스토랑이 다시 문을 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