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6일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이른바 12·16 대책을 깜짝 발표했다. 시가 15억 원을 초과하는 집에는 아예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고 9억~15억 원대 주택에도 대출 한도를 줄이는 게 핵심이었다. 돈줄을 막아 주택 구매를 누르겠다는 의도였다. 내년부터는 공시지가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높인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다음 주면 ‘역대급’ 부동산 규제로 꼽히는 12·16 대책이 발표된 지 6개월이 된다. 12·16 대책 후 서울 강남권 아파트 매매시장은 주춤했지만 강북과 경기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옮겨갔다. 최근엔 강남 집값까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4.9% 상승했다. 지난해 5월부터 6개월 동안 5.9%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P) 오름세가 둔화했다. 서울 주택시장을 주도했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도 최근 여섯 달 동안엔 아파트값 상승률이 1~2%대에 머물렀다. 얼핏 12·16 대책이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서울 밖으로 시야를 넓히면 얘기는 달라진다. 12·16 대책 이후에도 수도권 아파트값은 5.9% 올랐다. 지난해 6~11월(3.5%)보다 상승폭이 가팔라졌다. 이른바 '수용성'이라 불리는 수원(14.9%)과 용인(10.1%), 성남시(7.6%) 등 경기 남부권 도시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정부에선 풍선효과(부동산 규제로 비규제지역 집값이 오르는 현상)를 막겠다며 올해 2월 이들 지역에서 대출·전매 규제를 강화했지만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화성(14.7%), 구리(13.1%), 군포시(9.0%) 등으로 풍선효과만 확대했을 뿐이다.
서울 안에서도 동대문(10.2%)ㆍ성북(10.1%)ㆍ노원(8.0%)ㆍ강북구(7.7%) 등 강북에선 12·16 대책 후에도 집값이 고공행진했다. 9억 원 이하 중저가 주택이 많아 12·16 대책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역이다. 12·16 대책 이후 중저가 주택이 줄고 집값이 9억 원에 수렴해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엔 강남권 집값까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이 지역 집값을 끌어내렸던 급매물 거래가 마무리된 데다 금리 인하, 종부세 완화 기대감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서 3월 중순부터 두 달 동안 일제 하락하던 강남3구 아파트값이 지난주 상승세로 전환됐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대출 규제로 대표되는 수요 억제 정책(12·16 대책)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강 우려와 맞물려 집값 상승세를 누르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9억 원 이하 주택, 비규제지역 주택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등 양면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