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셋만 모이면 집 얘긴데

입력 2020-06-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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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코로나19를 핑계로 미루고 또 미뤄둔 친구 모임에 나갔다. 재택근무로 살이 오른 ‘확찐자’부터 여전히 바쁜 친구까지 각자의 삶은 이 난리통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묵혀뒀던 근황 얘기를 주고받다 전셋집 얘기가 나왔다. 30대 초반인 세 친구는 모두 전셋집에 살고 있다. 빌라에 사는 친구, 원룸에 사는 친구, 오피스텔에 사는 친구. 모두 주거 형태는 달랐지만, 전셋집이라는 공통분모로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동산부로 옮겼다는 나의 근황이 더해지자 ‘왜 이렇게 집값은 비싸고, 분양은 받지도 못하느냐’는 질문과 질책이 내게 쏟아졌다.

30대 미혼 청약자가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받기란 사실상 불가능이다. 청약가점 계산 기준에 따르면 만 30세부터 무주택 기간별로 가점을 부여하는데 만 35세가 돼도 12점이다. 부양가족이 0명이면 5점이다.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청약통장을 만들어줘 최대 15년 이상 보유해 가점 17점을 얻는다고 가정하면 총 34점이다. 올해 서울 청약 당첨 평균 최저가점은 58.7점, 인천은 49.1점이다.

더욱이 오는 8월부터는 비규제지역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에서도 분양권 전매 제한이 시행된다. 청약을 놓친 30대 실수요자가 새 집을 장만하는 모든 길이 막힌 셈이다. 신규 분양 단지가 아닌 기존 시장에 나온 아파트를 얻는 일은 더 요원하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2017년 6억635만 원에서 올해 9억2013만 원으로 3억 원 넘게 올랐다. 대출 문턱도 더 높아졌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9억 원 이하 주택에 주택담보비율(LTV) 40%가 적용된다.

지금 30대는 ‘IMF 키즈’다. 지난 1997년 부모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온 몸으로 겪는 과정을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모든 것이 흔들리는 공포를 경험한 뒤로 이들은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하게 됐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도, 내 집 마련에 사활을 거는 것도 결국 안정성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하지만, 정부는 주거 안정책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만 강조한다. 이는 안정적인 ‘내 집’을 원하는 세대에게 알맞은 정답지가 아니다. 정답은 대부분 질문 속에 있다. ‘왜 집값은 비싸고 분양은 못 받을까’. 정부의 집값 안정화와 30대 실수요층의 청약 당첨 확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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