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강경 진압 방침을 천명하면서 미국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미국 전역에는 해외 파병 3곳에 맞먹는 약 2만 명의 방위군이 투입됐고, 심장부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 주변에는 8ft(2.43m) 높이의 쇠 울타리도 설치됐다. 전날에는 워싱턴 상공에 전투헬기도 날아다녔다. 이날까지 시위 참가자 최소 5600명이 체포됐다.
트럼프가 인종차별 반대를 외치는 시위의 본질은 함구한 채 폭력과 무질서에만 초점을 맞춰 보수층 결집을 시도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보수층 결집을 위해 무력을 앞세워 치안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노로 가득 찬 시위대를 진정시켜 화합을 추구하는 대신, 사회 분열과 대립을 택한 셈이다.
이 같은 트럼프의 대응 전략에는 지지율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바이든에 크게 밀리는 데 대한 조바심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율은 43%로 바이든의 53%에 10%포인트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바이든 전 부통령이 49%의 지지율로 47%를 획득한 트럼프 대통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에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재선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트럼프가 시위 국면을 통해 지지층의 표심을 얻으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강압적인 방법은 사태를 더 악화시켜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여론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미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표본오차 ±4%포인트) 결과, 응답자의 64%가 “현재 미국 전역으로 확산한 항의 시위에 동조한다”고 답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필라델피아 시청에서 연단에 올라 “숨을 쉴 수 없다”며 연설의 첫 마디를 시작했다. 이 말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죽어가면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인종차별의 상처를 치유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인종차별과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분열의 리더십을 선택했다는 비판을 받는 트럼프와 차별화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통합과 공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분열을 부추기는 트럼프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시위대가 책임 있는 당국의 보호를 받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행진하는 것이 힘”이라며 시위대의 손을 들어줬다.
WP는 “트럼프가 힘과 리더십을 혼동하고 있다”면서 분열을 조장하는 리더십은 성공할 수 없음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