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수천억 쏟아부은 연례행사 ‘전산장애’

입력 2020-06-0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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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현재 일상에 급속도로 침투하고 있는 화두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언택트(비대면)’로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등 랜선을 통한 활동이 잦아진 결과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러한 생활상의 변화에 발맞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염두에 둔 언택트 수혜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증권업계의 경우에는 이보다 앞선 2016년에 이미 언택트 시대가 열렸다. 금융당국은 2016년 2월 증권사의 비대면 계좌 개설을 허용했고, 이후 계좌 유치 경쟁으로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다. 비대면 계좌 수는 2016년 말 55만 개에서 작년 6월 말 기준 626만 개로 급증했고, 전체 증권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5%에서 14.0%로 커졌다.

이러한 비대면 계좌 개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거래 급증 현상에 꽃을 피웠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급성장했다. 아울러 ICT(정보통신기술) 발전이 증권업계의 언택트 화에 있어 밑거름이 됐음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비대면 서비스의 기본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잊을 만하면 전산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빚은 초유의 사태가 원인이라고 항변한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을 빌미로 유가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졌고, 이를 인식하지 못한 특정 증권사의 HTS는 거래가 멈춰 서면서 적지 않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생겼다. 또 다른 일부 증권사는 서버 용량을 초과하는 개인투자자가 몰려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다만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전산장애가 발생한 증권사가 일부에 불과했다는 측면에서 코로나19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게다가 증권사들의 전산장애는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금융 민원 8만2209건 중 금융투자 민원의 증가율이 가장 가팔랐다. 특히 증권사 민원은 2749건으로 전년보다 22.2% 증가했는데, 민원 증가의 주요 원인이 주식매매 전산시스템 장애 발생이었다. 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19개 증권사의 전산장애 관련 총 민원 건수는 187건으로 작년 4분기 대비 105.5% 증가했다. 이들 증권사의 전체 민원의 4건 중 1건이 전산장애였다.

이쯤 되면 연례행사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더군다나 한해 수천억 원의 전산운용비가 투입되고 있음에도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 그래서 마치 코로나19와 같이 종식될 듯하다가도 다시 확진자가 증가하는 감염병처럼 비치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국내 57개 증권사가 전산운용비로 지출한 금액만 해도 5368억 원에 달한다. 더군다나 주식거래 계좌와 거래량이 갈수록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산운용비가 전년(5419억 원)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택트, ICT 관련 기술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글로벌 IB들이 전체 인력의 10~25%를 ICT 전문 인력으로 투입하는 반면,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3~5%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언제까지 전산장애를 연례행사로,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방치할 수만은 없다. 더 나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증권업계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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