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경찰 진압과정에서 흑인 남성이 사망한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폭도’, ‘약탈자’라 비난하며 발포 가능성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는 전날 밤 미니애폴리스 시위에 대해 시위대를 ‘폭력배(THUGS)’라고 비난하고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시위는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기념하는 것과 관계가 없으며 단순히 문제를 일으키려는 것”이라면서 연방 군대 투입을 경고했다.
해당 게시글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로 퍼졌다. 해당 글이 게시된 지 2시간 반 만에 트위터는 폭력을 미화시킨다는 이유로 경고 딱지를 붙였다. 트위터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우편투표 관련 트윗에 처음으로 ‘팩트 체크 경고’ 표시를 띄우며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18시간 동안 침묵을 지켰다. 이후 입을 연 저커버그 CEO가 불개입 노선을 밝힌 것이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의 게시글로 많은 사람이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 정책을 위반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시위 관련 게시글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게시글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군을 배치할 계획이 있는지 사람들이 알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트럼프 게시글을 다루는 트위터의 방식도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와 달리 우리는 게시글 앞에 경고 딱지를 붙이는 정책이 없다”면서 “왜냐면 해당 글이 폭력을 선동하다면 뉴스 가치와 별개로 제거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트럼프의 게시글 내용에 동의하지 않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다루는 매체의 리더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했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의회에 출석해 폭력을 유발하는 게시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불거진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는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면서 소극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이는 트위터와 전면전을 선언한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