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정부의 금융 지원 정책에 열심히 보조를 맞추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대출 원금 상환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준다. 국가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도 시중은행들에 지원군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은행들은 정부 취지에 공감하고 대규모 자금수혈에 동참하고 있지만, 잠재 리스크도 커지는 만큼 불안한 내색이 역력하다. 필요에 의해 심사를 거쳐 만기를 연장해줘야 할 것들이 조건 없이 연장되고 유예되면 부실대출이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영업점 일선에선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한 은행 직원들의 볼멘소리는 덤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건 은행의 숙명이기도 하다. 공공재를 통해 수익을 내는 만큼 금융시장 안정과 위기 극복에 이바지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원에 쓰이는 돈이 전부 은행 돈인가. 언젠가는 돌려줘야 할 예금자들의 돈이다. 은행에 모인 돈이 소상공인 기업들에 집행됐을 때 어떻게든 돈이 회수될 수 있게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급증한 부실대출을 감당하려면 은행의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부실 위험도가 높은 코로나 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대손충당금도 확충돼야 한다. 은행 자체의 자본으로 부실대출을 메꿀 수 있는 체력을 키워놓으면 부작용이 커지지 않는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은행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자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투입된 공적자금 가운데 미회수된 금액은 52조6000억 원. 회수율은 9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 또한 국민의 세금이다.
정부는 부실 위험을 은행에만 떠밀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은행 스스로의 힘으로 부실대출을 상각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하면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적극 고안해야 한다. 은행이 체력을 키우고 자금 회수를 돕는 일도 결국 국민을 위하는 일이다. 은행의 체력을 키워줘야 국가가 어려울 때 방패막이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