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량 폭주로 관리 부실?…이커머스 물류센터, 코로나19 잇단 확진에 '비상'

입력 2020-05-27 15:43 수정 2020-05-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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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물류센터를 방역업체 직원들이 긴급방역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27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마켓컬리 물류센터를 방역업체 직원들이 긴급방역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커머스 기업 물류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 소비의 총아로 각광받던 이커머스가 물류센터 근무자의 잇단 코로나19 확진으로 집단감염지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해당 기업들은 물류센터를 즉각 폐쇄 조치하고 직원 전수 조사와 전면 방역을 실시하며 상황 진화에 나섰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주문량이 폭주하자 이를 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쿠팡 부천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현재 36명으로 집계됐다. 중대본은 이번 집단감염 발생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결과로 결론 내렸다.

중대본에 따르면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최초 확진자로 추정되는 지표환자(초발환자)는 13일 증상이 나타났지만, 일을 쉬거나 제대로 관찰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태 발생 후 쿠팡은 모든 직원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 근무자들의 주장은 달랐다. 늘어난 물량을 빨리 소화하기 위해 마스크 등 착용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관리ㆍ감독 또한 소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은 코로나19 이후 배송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 일일 평균 주문량이 올 1월 말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한 330만 건으로 늘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쿠팡 부천물류센터에 근무했던 A 씨는 “부천 물류센터 확진자가 24일 나왔는데 직원들은 25일 오후까지도 확진자가 나온 줄 몰랐다. 확진자가 나오면서 인력 공백이 생기니까 아르바이트생을 더 뽑아 메웠고, 그때까지 작업장 폐쇄나 접촉자 격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언론 보도가 나올 즈음 직원들에게 확진자 발생 사실을 알렸다”며 쿠팡의 늑장 대응을 꼬집었다.

이어 A 씨는 평소 물류센터에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언론에 나온 대로 코로나19 이후 작업량이 상당히 늘었고, 그 때문에 시간 내 할당량을 마치기 위해 빨리 걷거나 뛰는 일이 다반사였다. 입구에서는 세정제로 손 소독하고 열 체크했지만, 작업장 안에 들어가면 마스크 착용, 손 소독, 식사 시 거리 유지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심지어 작업장 내부에는 손 소독제도 없었다. 이런 상황을 관리해줄 관리자들도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아예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경우 한 회사에 소속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유통업체 물류센터로 이동해 근무하는 사례가 많아 유통업계 전반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이다. 유통업체 물류센터 근무 경험이 있는 B 씨는 “작업장이 무방비 상태인데 아르바이트생들은 여기저기 물류센터를 옮겨다니면서 일한다. 하루 나와 일한 사람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쿠팡뿐 아니라 다른 물류센터도 비상”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에서도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마켓컬리는 쿠팡 물류센터 확진자가 나온 이후부터 일용직 근로자를 구할 때 쿠팡 근무 경력자는 받지 않는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피할 수 없었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에 따르면 24일 장지 상온1센터 물류센터에 출근한 일용직 근무자가 27일 오전 보건당국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마켓컬리는 해당 근무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상온1센터를 전면 폐쇄 조치했고 전면 방역을 진행했다. 아울러 24일 근무했던 직원을 비롯해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은 직원에 대해 전수조사 및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한편 유통업체 물류센터에 잇단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배송 차질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쿠팡의 경우 25일 부천 물류센터를 폐쇄한 후 인천 등 인근 물류센터를 활용해 물량을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상시 근로자 1800여 명은 현재 출근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이들이 하던 업무를 인근 물류센터 직원이 분담하게 돼 업무 부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은 “인력 충원 등 세부 내용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며 “배송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과 이커머스업계, 택배업계 등에서는 배송 물품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입장이지만 소셜미디어(SNS)나 인터넷상에서는 불안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글이 자주 눈에 띈다. “택배를 받고 손으로 뜯었는데 무섭다”거나 “당분간은 쿠팡 주문을 안 할 것 같다”고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배송 물품을 현관 밖에서 소독하는 방법 등도 공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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