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익 기대감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이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134억5912만 달러(약 16조6465억 원)다. 올 들어 50억4347만 달러(6조2379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비율로 보면 규모가 1.6배 커졌다.
간접투자시장에서도 미국 주식에 베팅하는 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북미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연초 이후 3429억 원 늘어난 1조2263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 설정액이 5조822억 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미국 주식을 사들인 시점은 3월이다. 당시 미국 증시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폭락하자, 이를 저가매수 기회를 본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 사재기에 나섰다.
실제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지난 2월 4억2615만 달러 수준에서 3월 7억8997만 달러로 늘더니, 4월 20억8174만 달러로 치솟았다. 이달에는 8억2891만 달러를 순매수 중으로 전달 대비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매수 우위는 여전한 상태다.
이는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이 더욱 부각된 결과로 보인다.
먼저 최근 달러 강세 국면에서 미국 주식 투자만으로 달러 자산을 보유한 효과가 생기는 것이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불확실성 증대로 국내 증시와 미 증시가 동반 하락하는 일이 생겨도 안전자산인 달러가 손실을 일부 방어하는 ‘헤지’(분산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장기간 수익률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고 변동성도 낮았던 점이 믿고 사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키움증권에 따르면 1990년 1월 이후 코스피 수익률은 117%인데 반해 S&P500지수의 수익률은 약 736%에 달했다. 이 기간 지수의 일간 변동성을 연율화했을 때 S&P500은 약 18% 수준이지만 코스피는 약 25%로 변동성이 더 컸다.
정나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S&P500 지수는 주요국 대표 지수와 비교할 때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왔다”며 “이성적 투자자라면 위험 대비 높은 기대 수익률을 추구하는데, 여기에 적절한 투자처가 미국 주식”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가 앞당긴 4차산업혁명의 대표 종목들이 미 증시에 몰려있는 점도 투자 이유다.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액 상위 5개 종목은 애플, 해스브로,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테슬라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수혜주인 장난감업체 해스브로를 제외하면 모두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들이다.
증권가는 미국 주식시장이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상대적인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한다. 신흥국의 경우 코로나 극복을 위한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고, 유럽은 취약한 재정 상황이 문제가 되고 있어서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ㆍ중 무역갈등과 저성장에도 미국의 통화 완화 정책과 재정 정책에 힘입어 주식 자산 중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양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