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회의 간소화하는 삼성·LG…상시 체제 전환 움직임

입력 2020-05-26 14:13 수정 2020-05-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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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두 차례서 하반기 한 차례로…경영환경 급변 수시로 전략 방향 논의

삼성과 LG가 주요 사업 현안을 논의하는 전략 회의를 간소화하고 있다.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정례 회의는 1년에 한 차례로 줄이고, 긴급한 현안은 사업부서별 상시 회의 체제로 바뀌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6월 열리는 상반기 글로벌 전략 회의를 사업부문에 따라 자율적으로 열 계획이다. 삼성전자 일부 사업부는 이미 화상회의 등을 통해 주요 해외 법인장들과 전략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상·하반기에 개최되는 핵심 전략 회의로 IM(IT·모바일), CE(소비자가전), DS(디바이스솔루션) 등 3명의 부문장을 비롯해 주요 사업부장, 실무 임원, 해외법인장 등이 모두 모여 성과를 되돌아보고 향후 사업전략과 방향을 점검하는 자리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사업부문별로 따로 진행한 바 있다. 통상 완제품을 담당하는 CE와 IM 부문의 회의를 같이 진행했으나 작년 상반기에는 따로 진행됐다. DS부문도 별도로 회의를 열었다. 당시 해외 현장별로 사업 점검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CE와 IM 부문 회의가 같이 열렸다. 올해 글로벌 전략 회의도 상반기에는 필요에 따라 사업부 자율에 맡기고, 하반기에는 이전처럼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그룹도 올해부터는 연간 두 차례 운영하던 사업보고회를 하반기에만 한 차례 진행하기로 했다. 상반기에는 계열사별 수시 전략 회의로 대체한다.

사업보고회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주재하는 계열사별 전략회의로 통상 상반기 회의는 5월께, 하반기 회의는 10월께 개최된다.

삼성과 LG의 전략 회의 변화 움직임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때문으로 보인다. 양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시장이 급변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수시로 사업부별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미·중 갈등 등 대외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이미 상시 회의 체제는 자리를 잡았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또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국가 간 이동에 제한이 생기면서 해외 법인장들을 한꺼번에 소환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LG그룹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로 수시로 계열사들의 주요 전략 방향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상반기 사업 보고회는 별도로 실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용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양사 총수의 의중도 전략 회의 간소화에 한몫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처음 주재했던 사업보고회도 임원들의 일방적 보고가 아닌 토론 형식으로 바꿨다.

양사 총수는 정례 회의에 앞서 최근 활발한 현장경영으로 선제적인 조치와 대응을 수시로 주문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과 수원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아 사업 전략과 선행 기술을 점검했다.

이달에는 글로벌 기업인들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 산시성에 위치한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적기 투자 및 신사업 발굴을 강조했다.

(사진제공=LG그룹)
(사진제공=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최근 LG화학 대산공장을 방문했다. LG화학 인도공장 가스누출 사고, 대산공장 화재사고와 관련해 사과하고 임직원들에게 재발방지 등을 주문했다.

삼성과 LG는 당분간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는 한편 사업부별 포스트 코로나 계획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구광모 회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임직원들의 안전에 관한 사항과 글로벌 사업장 가동현황 등을 매일 직접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형식적이고 불필요한 오프라인 회의는 최대한 줄이는 대신 사업부별 언택트 회의로 민첩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향으로 기업들이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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