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이 해외에서 긁은 카드값과 외국인이 국내서 긁은 카드값이 올 1분기(1~3월) 중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실상 여행이 막혔기 때문이다. 다만, 감소율로 보면 외국인의 국내사용이 내국인의 해외사용보다 두 배 가량 더 감소했다. 내국인의 경우 해외직구나 유학경비 등으로 지급한 금액은 여전해서다.
특히, 전분기와 비교해서는 12억2000만 달러(25.3%) 급감해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7년 1분기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감소율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4분기(-32.6%) 이후 가장 컸다.
반면,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사용한 금액은 14억9000만 달러(1조8000억 원)에 그쳤다. 이는 2012년 1분기(12억900만 달러) 이후 최저치다. 전분기대비로는 12억3000만 달러(45.1%) 줄어 감소폭과 감소율 모두 역대 최대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에 여행객이 급감한 때문이다. 실제 1분기 중 출국자수(370만 명)와 입국자수(204만 명)는 전분기보다 각각 43.8%와 55.3% 급감해 역대 최대 감소세를 보였다.
감소율 기준 비거주자보다 거주자 감소세가 더 큰 것은 내국인의 경우 해외 직구와 유학생 체류경비 등 지급 등이 꾸준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 직구 수요는 작년 4분기 8억5000만 달러에서 올 1분기 8억2000만 달러로 큰 변화가 없었다. 국제수지 기준 유학연수비도 같은 기간 8억7000만 달러에서 8억5000만 달러로 엇비슷했다.
윤경수 한은 자본이동분석팀장은 “코로나19로 여행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내국인의 해외 사용실적이 외국인의 국내 사용실적보다 덜 준 것은 직구수요가 꾸준했던 데다, 유학생이 많은 가운데 경비 일부를 카드로 계산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