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가 담보비율을 맞추지 못해 채권자의 반대매매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주주나 회사측은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줄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한 순간 이유없는 하한가에 큰 손해를 보고 있다.
현행 제도상 주요주주 지분에 대한 담보권 설정시 공시의무가 없는데다 거래소와 금감원의 문제의식 결여로 인해 이같은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내년 2월에 시행되는 자통법에는 주요주주가 지분에 대한 담보권 설정시 공시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포함돼 결국 내년2월까지는 투자자들이 조심해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담보 반대매물 폭탄에 죽어나는 개미들
투자자들이 주식담보 반대매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던 대표적인 기업은 루보. 루보는 당시 대주주 지분은 물론 주요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의 지분 모두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가 반대매물이 쏟아지면서 1/10 토막이 나도록 줄 하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로 국내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금시장의 경색이 심해지자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대주주나 주요주주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이용하다가 담보비율을 맞추지 못해 반대매매로 주가가 폭락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로세스트러스트가 보유하고 있던 세계투어 주식 250만주 전량을 장내매도했다. 자금 사정으로 세계투어 보유주식에 대한 담보비율을 맞추지 못해 채권자가 전량 처분한 것이다.
세계투어 발행주식의 10%에 가까운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5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늘어난 유통물량 부담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평균 3000원대에 있던 주식이 반대매매로 인해 현재는 500원도 채 안되는 가격으로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 달에는 미디어코프와 지엔텍홀딩스가 주담보 반대매매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엔텍홀딩스는 2만원대에 있던 주가가 6일 10%가까인 떨어지면서 17일 4630원에 마감했다. 이 기간 동안 8번의 하한가를 기록한 것이다. 회사측에서는 급락사유에 대한 조회공시에서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취재결과 대주주가 상당량의 보유주식이 주식담보 대출을 이용하고 있었으며 이 물량이 시장에 풀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디어코프 역시 최근 열흘 사이에 6번의 하한가를 비롯해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7000원대 주가가 2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시장에서는 주담보에 대한 담보 비율을 맞추지 못해 반대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내년2월까지는 투자자가 조심해야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반대매물이 쏟아지는 초기에는 이유도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이미 손절매를 하고 싶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반토막 나기 일쑤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는 반대매매가 이뤄질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본인들 주식 먼저 팔기 바뻐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현재 회사가 주체가 돼서 자기 재산을 담보로 잡히면 공시 사안이지만 대주주가 자기 지분에 대해 담보권을 설정할 경우에는 공시의무 사항이 아니다.
증궈거래법에 따르면 담보권설정자자는 담보제공사실만으로 보고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채무불이행에 따른 담보주식 처분 등 소유권이 이전돼 본인의 보유비율이 1%이상 변동하는 경우 변동보고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1%이상 주식 변동사항이 생겨도 이에 대한 거래소나 금융감독원의 사후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은 쉬쉬하고 넘어간다. 결산때나 주주총회 전 주주명부확인 절차 이전에만 다시 주식을 사들여서 비율을 맞춰놓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 2월4일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통법)이 시행되기 이전까지는 투자자들 스스로 조심해야한다. 새로 시행되는 자통법 147조 4항에 보유 주식등에 관한 주요계약냐용 등 중요한 사항이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5일 이내에 금감원이나 거래소에 보고해야하는 조항이 삽인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대주주나 주요주주가 주식담보 대출을 받으면서 주식에 설정을 할 경우 이에 대해 바로 공시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 역시 거래소나 금감원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없다면 제대로 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계 기관이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