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보장 범위를 확대한 운전자보험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4월간 손해보험업계에서 운전자보험만 54만6000건이 판매돼 전달과 비교해 무려 75%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과도하게 운전자보험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이모 씨의 사례처럼 ‘형사사건’의 처벌을 강조하면서 고객에게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가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과 달리 형사 합의금, 변호사 선임비 등 형사적 책임을 주로 다룬다.
민식이법은 명문상 어린이 보호구역 내 규정 속도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과실운전자’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교통사고를 낸 모든 운전자가 형사처벌의 대상인 것이 아니고 규정 속도나 안전운전의무를 지키지 않은 탓에 생긴 교통사고의 경우에만 형사책임을 묻는다.
그런데도 운전자들 사이에선 과실이 없어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식의 막연한 공포가 자리한 상황이다. 법원이 새로 개정된 법으로 운전자의 안전운전의무를 엄격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러한 ‘가능성’을 이용해 운전자보험을 판매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GA사 한 설계사는 “형사처벌에 대한 담보를 기존보다 더 크게 가져가는 건 사실 나쁘지 않다”라면서도 “보험 특성상 같은 상품이라도 가격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고, 민식이법을 무기로 더 많은 수수료를 받아내는 경우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운전자보험은 손보사가 주력으로 판매하는 상품은 아니다. 단가도 낮을 뿐더러 보장을 특화해서 경쟁력을 갖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도 이번처럼 운전자보험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이례적으로 본다.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사안을 두고 쉽게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급격하게 운전자보험이 판매된 원인으로도 본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운전자보험이 단가는 낮더라도 수당을 챙길 수 있기에 보험사보다는 설계사가 ‘민식이법’을 활용해 운전자보험을 권유하는 측면이 있을 순 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불완전판매의 소지를 방지하려면 설계사의 말보단 고객 스스로 보험의 필요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반면 이렇게 과열된 시장이 고객으로선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말하는 측면도 있다. 갑자기 관심이 집중된 보험이기에 보험사로선 타사와 더 강한 경쟁을 해야 하고 이로 인해 보험사는 보장성을 확대해서 경쟁우위를 가져야 한다.
손보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과거의 치아보험도 이렇게 과열된 측면이 있었는데, 당시 초기에 나왔던 상품은 지금보다 훨씬 좋았다”라며 “소비자에겐 더 좋은 혜택이 될 수 있다. 경쟁이 꼭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