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선보인 코스닥벤처펀드가 2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메자닌 과열과 수익률 부진 등 잇단 부작용으로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63개)에 속한 613개 상장사 중 77사(12.56%)가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37개사(6.03%)도 같은 이유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메자닌 조기상환(풋옵션) 행사 시점이 다가오면서 일부 상장사들이 ‘돌려막기식’ 자금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2018년 4월 ‘코스닥 활성화’ 정책 일환으로 정부 주도하에 조성됐다. 신규 상장사의 공모주나 벤처기업의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교환사채) 등에 전체 투자금의 50% 이상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에게는 IPO(기업공개) 우선배정, 투자자에게는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해 유망 중소기업을 키운다는 취지다.
그러나 해당 펀드에 속한 다수의 상장사가 자금 경색에 시달리면서 사실상 시장 활성화라는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로 실적 쇼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투자금 유치를 위해 상장사들이 찍어낸 메자닌(3년 만기, 2년 풋옵션)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벤처펀드 출시와 함께 메자닌 발행량이 급증했는데 발행 후 2년이 지나 올해부터 첫 번째 조기상환 청구일이 다가온다”며 “풋옵션 행사로 자금 조달 수요가 몰릴 수 있는데 만기 도래액은 6월과 7월 각각 약 9000억 원과 7000억 원으로 평월에 비해 많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코스닥벤처펀드 10개(설정액 512억 규모)를 운용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은 펀드 환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풋옵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한 자금 확보도 문제지만 이후 주식 전환으로 인한 오버행(과잉 대기물량) 이슈도 우려해야 한다.
연초 이후 자금 유출과 수익률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해 63개 코스닥벤처펀드(공ㆍ사모 포함)에서 총 410억 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설정액과 순자산은 각각 4664억, 4525억 원 수준이다. 수익률은 평균 2.58%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가 5.1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다.
펀드별로는 ‘라임코스닥벤처플러스전문투자형사모S-1C-A’(-23.63%), ‘라임코스닥벤처80전문투자형사모1C-A’(-19.01%), ‘라임스마트코스닥벤처투자전문투자형사모1C-A’(-16.71%), ‘브레인코스닥벤처(주혼)C-A’(-11.54%), ‘옵티머스코스닥벤처전문투자형사모1’(-8.44%), ‘미래에셋코스닥벤처기업1(주식)C-A’(-6.97%) 등이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액은 이미 감소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현재 코스닥 시장 여건 대비 메자닌 시장은 다소 과열된 상태기 때문에 유동성 제약으로 인해 수급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