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본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IMF 직전과 현재 IPO 수수료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 파이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다.”
방한철 한국투자증권 IB1본부 기업금융 2부 이사는 19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현재 IPO 시장을 포함한 IB 시장 전반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한투증권이 일찍이 프리IPO 같은 자기자본 투자(PI) 비중을 늘려나간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통상 자문수수료율이 6~7%에 달하는 외국과 달리 국내 IPO 딜 수수료는 평균 2~3%에 그친다. 특히 공모규모가 큰 대기업의 경우 1% 수준이다. 거기에 상장까지 걸리는 기간과 상관없이 딜이 완료돼야 받을 수 있다.
그는 “수수료 기반 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PI 투자를 다른 증권사보다 조금 빨리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투증권 IPO 부서는 프리IPO를 통해 전통적인 인수ㆍ주선 수수료와 맞먹는 매출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방 이사는 한투증권이 프리IPO 쪽에서 더 많은 업력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기존 IPO 사업에서 꾸준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에 필요한 투자나 자금조달 형태를 고민하는 과정에 프리IPO 등의 자기자본 투자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한투증권 IPO의 강점으론 조직 내 인력에 대한 신뢰와 오랜 시간 쌓아온 네트워크를 꼽았다. 20년째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진우회’가 대표적인 예다. 2004년 동원증권 시절 만들어진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고객 모임이 20년 가까이 유지되면서 소속 CEO만 300명에 달한다. 소속 기업 IPO 사례도 꾸준히 쌓이면서 ‘딜 수임 기지’로 통하고 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얼어붙었던 IPO시장도 서서히 살아나는 추세다. IB1본부는 연내 15개 내외 기업을 연내 상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방 이사는 움츠렸던 IPO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위해선 ‘빅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7년 삼성카드 상장 당시 외국인 투자자에게 IPO 투자 문을 개방하면서 공모주 시장이 한 단계 성장했듯, 큰 규모의 딜들이 성사돼야 자본시장 볼륨이 커지며 소규모 딜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기대되는 딜로는 SK바이오팜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를 꼽았다. 모두 공모 규모가 조 단위를 넘을 것으로 관측되는 기업이다.
방 이사는 “SK바이오팜은 K-바이오에 대한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연히 달라진 데다, 지난해 말 뇌전증 치료 신약에 대한 FDA 품목 허가를 받는 등 기관투자자 관심이 쏠린 상태”라며 “빅히트의 경우 방탄소년단(BTS)에 포커스가 지나치게 쏠린 경향이 있지만 플랫폼 비즈니스에 킬러아이템을 보유한 회사로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