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미ㆍ중 무역 마찰 우려 등으로 지수 상단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분간 종목 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제약ㆍ바이오 업종과 필수소비재 업종 등이 상대적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 = 한국 증시는 중국 양회 개막과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미국 기업들의 실적 발표 등에 따라 등락이 예상. 특히 전인대 개막식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가 코로나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과 그 치유책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 발표가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파월 연준 의장은 미 상원 청문회(19일 예정)와 코로나와 경제에 대한 연설(21일) 등에서 어떤 내용을 언급하는지도 중요하다.
한편, 타겟을 비롯해 콜스, TJX 등 많은 소매 유통 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몰려 있다. 그 결과 및 전망에 따라 시장의 변화도 확대될 듯하다. 여기에 NVIDIA 실적은 한국의 관련 종목의 변화를 야기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부각되고 있는 미ㆍ중 무역마찰과 관련된 노이즈는 부담이다. 이 요인을 감안해 코스피는 1880~1950선, 코스닥은 660~700선의 등락을 예상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 경기 상황에 비해 글로벌 주가 반등이 빨랐다는 지적과 함께 코로나19 재확산 및 미ㆍ중 무역갈등 재현 우려가 부상 중이다. 그러나 그만큼 경제적 피해가 안전 문제보다 심각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3분기까지 싫든 좋든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주식시장 반등 정도도 국가별 차이가 크며, 제약ㆍ바이오와 생필품 중심으로 방어적 형태가 우세하다. 속도 조절 국면이 예상되며 헬스케어ㆍ생필품이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증시가 당장 한 단계 더 높이 상승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주가 상승 폭을 감안하면 하방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코로나 19 이전 봉쇄 국면으로 되돌아가거나, 미ㆍ중 무역갈등이 심각해질 위험은 당장 크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섹터 비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 민감 섹터보다 코로나19 이후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헬스케어나 방어적인 섹터 비중이 높은 지역이나 주식시장이 유리하다.
다행히 한국 주식시장에서 테크, 헬스케어 섹터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코스닥시장은 헬스케어 섹터 비중이 28.3%나 된다. 최근 코스닥지수가 코로나19 이전 주가 수준을 회복하며 다른 주식시장보다 강했던 요인이다.
제약ㆍ바이오 섹터와 함께 부상하고 있는 섹터는 필수소비 섹터다. 지난 4월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음식료와 섬유의복 산업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식시장은 향후 경기 회복이 빠르기보다는 느릴 것이며, 경기에 민감한 공산품 또는 서비스보다 필수소비와 관련된 수요만 유지될 수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경기에 비해 주가 반등이 빠르다는 걱정이 많지만 주식시장은 나름 현실적인 기대를 반영 중이다.
금주 전인대에서 재정확대와 인프라 투자 확대 계획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탈세계화 경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책 기대가 한국 기업들에 직접 큰 효과를 주기는 힘들어 보인다. 소재ㆍ산업재보다 제약ㆍ바이오 및 생필품이 상대적으로 나은 대안이 아닐까 싶다.
◇이예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 코로나19 책임론을 시작으로 심화되고 있는 미중 간 갈등은 정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으며 글로벌 증시의 상단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 협상 파기 가능성에 이어 미국의 화웨이 제재 강화 등으로 기업단으로 갈등의 중심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국 증시 역시 지수 상단이 제한되며 종목 중심의 대응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부 업종, 종목 쏠림의 원인 중 하나였던 수급 양극화가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성장주, 코스닥 등에 쏠림을 심화시켰던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 후 산업 구도 변화와 성장주 프리미엄 확대 등 글로벌 트렌드도 유효하게 작용했지만 한국 시장 내부적으로는 개인 자금 유입 확대와 공매도 금지라는 수급 환경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상황에서 지켜봐야 할 변수는 외국인 수급이다. 산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타 국가 대비 제한적인 경기 충격 등으로 글로벌 국가에서 한국의 상대적 매력을 확인할 수 있으나 외국인 자금의 한국 증시 매도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 배경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경계와 경기 충격 지속, 신흥국 증시에서의 동반 자금 이탈, 한국 대형주 중심의 이익 악화 지속, 환손실 가능성 등이다. 펀더멘탈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나 수급 환경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순매도 가속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다.
코스피에서 개인의 매매 비중은 2005년 이후 최고 수준인 70%에 육박하고 있지만 외국인 매매비중은 동기간 최저 수준인 10%대로 하락 중이다. 수급의 상대적 관점에서 볼 때 극단적 흐름 지속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공매도 금지 기간의 수급 패턴에서도 힌트를 찾을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 각각 8개월과 3개월간 공매도 금지가 시행됐다. 해당 시기에 개인과 외국인의 수급 패턴을 보면 시행 초반 개인 자금이 가파르게 유입되면서 외국인과 개인 순매수 규모 차가 확대되다가 금지 기간의 3분의 2 시점부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에 적용하면 6~7월 정도에는 외국인과 개인의 수급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펀더멘탈 측면에서 코스피 외국인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 중 하나는 IT 섹터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다. 2011년 이후 연도별로 KOSPI IT의 12개월 선행영업이익 컨센서스의 연초 대비 변화율과 외국인 KOSPI 누적 순매수 추이를 보면 2013, 2014, 2019년을 제외하고 대체로 동행하는 흐름을 보인다. 올해도 IT 영업이익 컨센서스 하향 조정과 함께 외국인 수급이 악화하는 양상이다. IT 업황 개선 기대와 컨센서스 조정 마무리 구간 확인이 외국인 수급 개선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수 상, 하단이 제한되는 흐름 속에서 종목 중심 대응이 당분간 유효할 것으로 보이나 4~5월의 업종, 종목, 수급 쏠림 현상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교차점을 앞둔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