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집계에서 5월 들어 10일까지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3%나 줄어든 69억 달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토막 수준이다. 연휴로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1.5일 적었던 것을 감안해도 하루 평균 수출액이 30.2%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26억3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바닥을 모르는 추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력 품목과 시장 모두 엉망이다. 승용차가 -80.4%의 감소를 나타낸 것을 비롯, 석유제품 -75.6%, 무선통신기기 -35.9%였다. 그나마 버텨주었던 반도체도 -17.8%로 꺾였다. 시장별로는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율이 -29.4%였고, 미국 -54.8%, 유럽연합(EU) -50.6%, 베트남 -52.2%, 일본 -48.4%로 수직 하락했다. 해외의 코로나 확산세가 여전히 멈춰지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 감소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4월부터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실물경제 피해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수출과 소비냉각에 따른 고용시장 붕괴도 필연이다. 고용부가 11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에서 지난달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전년동월대비 3만2000명(33%) 증가한 12만9000명이었다. 급여지급액도 9933억 원으로 1998년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치다.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도 전년보다 3만9700명 줄었다. 대량실직이 진행중이고 신규 취업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와 산업 기반, 글로벌 시장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또다시 국회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법안들을 하루빨리 처리해줄 것을 촉구했다. 대한상의는 9개 과제·11개 법안을 ‘20대 마지막 국회에 바라는 입법과제’로 선정했다. 긴급한 현안인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 신사업 촉진을 위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비롯해,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될 조세특제한법 개정안 등이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 극복과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목표로 추진키로 한 ‘한국판 뉴딜’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및 비대면 산업 육성 등에도 밀접하게 관련된 현안들이다. 대한상의가 국회에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인 입법과제들을 건의하고 신속한 처리를 호소한 것은 그동안 수십 차례다. 그런데도 국회의 외면으로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법안들이 대부분이다.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20대 국회에서 주요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폐기된다. 21대 국회에서 재발의된다 해도 언제 처리될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렵다. 한시가 급한 마당에 기업들의 어려움만 커지고 경제 위기 극복은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