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9)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SSM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은 5.5% 늘었다. SSM은 지난 2월에도 매출 증감률 8.2%을 기록해 9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SSM은 3월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달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40.3% 주저앉았고, 대형마트도 13.8% 추락했다. 코로나19는 잘 나가던 편의점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3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7%로 2016년 6월 통계 작성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SSM 매출을 견인한 품목은 식품이다.농수축산물이 3.1% 상승했고, 신선·조리식품은 17.9% 치솟았다. 가공식품 역시 5.0% 올랐다. 반면, 비식품 분류는 8.6% 하락했다.
지속된 적자로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던 SSM의 반등이 성공한 것이다. 당초 SSM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중간 형태로 대형마트에 비해 판매 품목이 적고, 편의점보다 점포수가 적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실제 롯데슈퍼 매출은 지난해 1조8610억 원으로 2018년(1조9750억 원) 대비 5.8% 줄었다. 4분기 역시 4610억 원에서 4380억 원으로 5.1% 떨어졌고, 영업손실도 230억 원에서 430억 원으로 늘었다. GS리테일의 슈퍼 체인 GS더프레시 역시 지난해 매출 1조4775억 원으로 2.1% 줄었고, 영업손실도 28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롯데쇼핑이 내놓은 비효율점포 정리 계획 1순위로 꼽힌 것이 SSM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기준 521개에 이르는 롯데슈퍼 중 70개 이상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중간이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 마트보다 작은 규모 때문에 감염 우려가 낮다는 점이 부각됐고, 편의점보다 신선식품 구색이 좋다는 점도 고객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떠올랐다. 이커머스로 대체되기 어려운 신선식품은 가공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편의점에 비해 슈퍼마켓이 비교우위에 있다.
실제 지난해 편의점의 비식품과 식품의 매출 구성은 46.2%와 53.8%로 엇비슷하다. 식품 품목 중에서도 음료 및 가공품 매출 비중은 무려 43.6%에 달할 정도로 가공식품이 많지만 신선식품이 포함된 즉석 식품류 매출 비중은 10.2%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SSM 매출 대부분은 식품군에서 나온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비식품과 식품품목의 매출 비중은 각각 10.2%와 89.8%로 매출의 대부분이 식품에 쏠려있다. 이중 농수축산과 신선식품 비중은 38.2%와 21.8%로 높다. 특히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영향권에 들게된 1월부터 식품 매출 비중은 90%를 넘기며 오름세다. 1월과 2월, 3월 식품류 매출 비중은 각각 90.5%, 90.2%, 91.3%로 집계됐다.
SSM의 1분기 실적 역시 순항 중이다. GS리테일의 슈퍼 체인 GS더프레시의 1분기 매출은 3451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2%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25개의 저효율 점포를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전한 셈이다. 영업이익도 164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효율·저비용의 체인오퍼레이션 시스템 정착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동네 슈퍼의 전략 역시 변화하고 있다. 지닌해 비효율 점포 정리를 마친 GS더프레시는 먼저 상품 구색 전략을 대용량 위주에서 소포장 중심으로 변경해 1~2인 소단위 가구를 적극 공략한다. 이와 함께 조리식품군의 차별화와 전용 모바일앱을 활용한 우수 고객 확보 등을 통한 내실 경영을 공고히 한다.
롯데슈퍼도 비효율 점포 정리와 함께 온라인 쇼핑 채널의 신선식품 거점으로 거듭난다. 롯데쇼핑은 최근 롯데온(ON) 론칭 행사에서 새벽 배송의 거점으로 롯데슈퍼 프레시 센터를 지목한 바 있다. 아울러 세븐일레븐과 롯데마트 등과 함께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매장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 ‘스마트 픽’ 서비스의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