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식량난 온다는데…美축산업계, 눈물의 살처분 위기

입력 2020-04-28 11:17 수정 2020-04-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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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 억제 위해 주요 육가공 공장 폐쇄…미국 도축량, 평소의 5분의 1

▲미국 아이오와주 워털루에 있는 타이슨푸드 육가공 공장. 타이슨푸드는 근로자들이 코로나19에 잇따라 걸리면서 27일(현지시간) 공장 폐쇄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워털루/AP뉴시스
▲미국 아이오와주 워털루에 있는 타이슨푸드 육가공 공장. 타이슨푸드는 근로자들이 코로나19에 잇따라 걸리면서 27일(현지시간) 공장 폐쇄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워털루/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이 심각한 식량난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경고음이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 축산업계가 공급망 붕괴로 인해 애지중지 키워온 돼지들을 살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축산업체들은 그동안 매일 약 51만 마리의 돼지를 베이컨과 햄 소시지 용도로 도축했다. 그러나 육가공 공장 근로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공장들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현재 일일 도축량은 10만5000마리, 평소의 5분의 1로 급감했다.

문제는 육가공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수천 마리의 돼지가 갈 곳을 잃는 ‘병목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번식력 좋은 돼지가 새끼까지 낳으면서 축사는 포화상태에 직면, 결국 축산업체들은 멀쩡한 돼지들을 살처분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업체들은 살처분 방법으로 안락사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돈육생산업협회 대변인은 “안락사가 가장 인도주의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진 노엠 미국돈육협회(NPB) 회계 담당자는 “이전에는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고통스러운 결정에 직면했다”고 한탄했다.

반면 육가공 업체들은 돼지고기 공급이 끊겨 애가 타고 있다. 스미스필드푸드와 타이슨푸드, JBSUSA 등 미국 메이저 육가공업체들은 코로나19로 공장 문을 닫았다. 다른 공장들도 근로자 대부분이 자택 대기 명령을 받은 상태여서 생산 정상화는 요원하다.

타이슨푸드의 존 타이슨 회장은 전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대표 일간지에 전면 광고 형식의 호소문을 통해 “식품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다. 공중보건만큼 중요한 식품 공급을 위해 공장이 계속 가동돼야 한다”며 공장 재가동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수백만 마리의 가축과 가금류가 공장 폐쇄로 도살될 것”이라며 “동시에 식료품점은 육류 제품을 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소매업체들도 비상식품 비축 등의 용도로 육류 수요가 급증하면서 돼지고기와 쇠고기 등 육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은 결과적으로 미국 축산농가에 정신적 충격을 준다. 정성껏 키운 가축이 무의미하게 죽어서 매장되는 것을 보는 것은 절대 쉬운 상황이 아니다. 한 농민은 “이는 마치 새 집을 다 건설하자마자 바로 이 집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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