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범 체포현장에서 임의로 제출받는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2018년 5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4회에 걸쳐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압수된 휴대전화로 2018년 3월부터 4월까지 7회에 걸쳐 성적 욕망,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마지막 범행 발각 이후 도망가려고 했고, 신고를 받고 경찰관들이 도착했을 대에도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 임의제출 방식으로 제출받은 휴대전화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체포 이전 촬영한 7회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이미 체포됐거나 체포 직전의 피의자에게는 임의적 제출 의사를 원칙적으로 기대할 수 없고 제출받는 절차가 강제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인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자신의 죄책을 증명하는 물건을 스스로 제출할 의사가 피의자에게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민의 관념에서 어긋나 사법 신뢰를 잃기 쉽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건은 유죄로 인정해 1심과 같은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현행범 체포현장에서는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이라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압수할 수 없고, 사후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또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던 휴대전화 제출의 임의성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하기 전에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거나 검사에게 증명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심리해 본 후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