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국책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경영실적평가 완화안에 잠정 합의했다. 앞서 국책은행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 공동선언을 결의하고, 세부 내용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로써 은행장 고발까지 번졌던 기은 노사 간의 갈등도 봉합될 전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이날 경영평가 관리위원회를 열고 노사가 잠정 합의한 경영실적평가 완화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노사는 비이자이익 지표 등 상반기 일부 실적 목표에 대해 최대 70%까지 낮추는 것으로 합의했다.
35개 경영평가 지표 중에선 일반예금, 적립식예금, 기업교차판매, 제안영업, 개인교차판매, 자산관리고객수 등 6개 항목에 대해선 상반기 중에 평가를 제외하기로 했다.
앞서 기은 노조는 코로나19 여파로 업무가 많아지면서 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반기 지표를 전부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직원에게 배정된 성과압박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향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은 관철되지 않았고, 노조는 “이익 목표를 조정하지 않았다”라며 주 52시간 근무 위반 등의 이유로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6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여기서 금융기관은 기관별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KPI를 유보 또는 완화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은 금융공공기관 경영실태평가 완화와 금융사 경영실태평가 유예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후 세부 내용에 대해선 기관별로 합의하기로 했다.
이후 기은 노사가 논의한 결과, 사측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고려해 모든 평가를 유예하는 것 대신 평가방식의 비중을 대폭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로서 정상적인 영업환경을 만들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양보하는 선에서 합의를 했다”라면서도 “코로나 대출에 대한 지원속도는 높이는 등의 후속조치가 나와줘야 실질적으로 업무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경영평가 합의를 통해 윤 행장에 대한 고발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노조는 전했다. 기은 노조 관계자는 “고발은 단순히 경영평가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평가를 전부 유예하는 안을 관철하지는 못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국책은행의 업무 책임이 커지는 상황에서 합의를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에선 합의가 미뤄지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일 금융공공기관에 대해 예산집행, 경영평가상 불이익을 완화토록 정부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국책은행의 업무 시간을 확대하려면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는 게 가장 급선무지만 이에 대해선 ‘총인건비 인상률’로만 한정하고 있어서 노사 간의 합의가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