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에는 생물안전 최고 등급(P4) 실험실인 중국과학원(CAS) 우한바이러스학연구소(이하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있다. 위안즈밍 연구소 공산당 서기는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고 20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위안즈밍 서기는 지난 18일 중국 관영 차이나글로벌TV네트워크(CGTN)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우리 시설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은 없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첫 번째 코로나19 전파자인 ‘0번째 환자’가 우리 연구소와 접촉했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직원이나 은퇴자, 학생 연구원 아무도 병을 감염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톰 코튼(공화당·아칸소) 미국 상원의원과 워싱턴포스트(WP) 기자들이 사람들이 우리 시설을 불신하도록 고의로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코로나19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논란을 부채질했다. 그는 “중국에 고의적인 책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실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논란을 부추긴 것은 중국이라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코로나19를 ‘차이니스 바이러스’라며 중국이 전 세계에 병을 퍼뜨렸다고 격렬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달 상순 우한을 방문했던 미군이 병을 퍼뜨렸다는 음모론을 소개하기 전까지는 코로나19에 대해 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트럼프 정부 내 대표적인 반중 인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이 바이러스의 ‘그라운드 제로(진원지)’가 연구실에서 불과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것”이라며 “‘오캄의 면도날’ 접근방식을 취하면 가장 간단한 설명이 가장 그럴듯할 것이다. 중국은 그 연구소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WP는 지난 14일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을 인용해 2018년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박쥐로부터 나온 코로나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었으며 이 연구소를 여러 차례 방문한 미국 외교관들이 이 실험실 안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고 폭로했다.
우한연구소 기원설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코튼 상원의원은 지난 1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황증거는 이 바이러스가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매우 강하게 가리키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바이러스연구소 유출설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면서 자연적으로 생성됐다는 학계 의견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위안즈밍은 “미국의 주장에 증거는 없다. 그들이 의지하는 것은 추측에 불과하다”며 “이런 음모론이 전 세계 과학자들 사이의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코로나19가 어떻게 전 세계 240만 명 이상의 사람을 감염시켜 16만6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는지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처음에 코로나19는 우한의 한 수산물도매시장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지만 정확한 기원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심지어 중국은 이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안즈밍 서기는 지난 1월 우한연구소에 대한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이후 가장 높은 직위의 인사가 이를 해명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박쥐 관련 바이러스를 연구해와 ‘배트우먼(Bat Woman)‘이라는 별명이 붙은 스정리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월 소셜미디어에 “내 목숨을 걸고 코로나19는 우리 연구소와 무관하다”는 글을 올렸다.
우한연구소는 2월 19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우리는 우한진인탄병원에서 지난해 12월 30일 처음으로 코로나19 샘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당국이 처음으로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전 세계에 공개하기 하루 전이었다. 서신은 “우리 연구원들은 72시간 만에 유전자 시퀀싱 분석을 마치고 1월 9일에 그 결과를 국가바이러스데이터베이스에 제출했다”며 “우리는 겪은 일을 되돌아보는 분명한 양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