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코로나19] 세계 사람들의 삶과 경제 어떻게 달라질까

입력 2020-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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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 상태 이어지거나, 빚더미 속에 살게 되거나”

전염병으로 글로벌 경제가 멈춰버린 사상 초유의 사태에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잠잠해지더라도 전 세계 사람들의 삶과 경제는 이전과 전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코로나19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며 정치와 경제 격변이 세대에 걸쳐 이어지면서 자유세계 질서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피엔스’로 유명한 세계적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히브리대학 교수는 지난달 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게재한 칼럼에서 사람들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게 될 것이라며 이번 위기로 두 가지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나는 ‘전체주의적 감시’와 ‘시민의 권한 강화’ 중 어느 쪽을 골라야 하는가. 두 번째 선택은 ‘국가주의적 고립’과 ‘세계의 결속’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느냐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안드레아 크리그 안보학 교수는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협력이 쇠퇴해 혼돈과 무정부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그는 전 세계로 번진 코로나19 충격에 협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특히 포퓰리스트들이 ‘외국’과 ‘외부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악용하면서 이런 경향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여기에 공중보건 위기가 각국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혼돈과 무정부 상태를 조성하기 쉽게 만들었다”며 “이번 사태에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정권은 전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가 일단락되기까지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결과가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며 바로 정부와 기업, 가계가 산더미 같은 부채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채무 급증은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 훨씬 나중까지 정부와 민간 부문 활동을 제한하게 되며 특히 재난 후 경기회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골드만삭스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올해 9월 마감하는 2020 회계연도에 3조6000억 달러(약 4414조 원), 내년은 2조4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 부채는 현재 17조90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89%에 이른다. 이런 비율은 194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광범위한 분야에 신속하게 자금을 공급해 높은 평가를 얻었지만, 앞으로 얼마나 지원을 확대할지 언제, 어떻게 부양 모드에서 철수할지 등 난제에 직면했다고 WSJ는 우려했다.

‘디지털 현기증’의 저자 앤드루 킨은 “코로나19로 호텔과 레스토랑, 항공사 등 전통적인 아날로그 비즈니스는 소멸하고 있다”며 “반면 디지털 세계는 번창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에 힘입어 전염병을 극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세계에서 기술기업들은 더욱 강력해지고 지배적으로 될 것”이라며 “이런 지배적인 기업에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대기업은 물론 줌(Zoom)과 같은 작은 회사들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사람들이 기술에 대해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기도 있었다”며 “그러나 전염병이 우리의 기술 의존도를 높이면서 사람들은 적어도 단기적으로 실리콘밸리에 대한 적대감을 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무역과 공급망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리처드 포르테스 교수는 2일자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 이후 세계화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은 분명하다”며 “기업과 사람들은 이제 세계화 리스크를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역을 살펴보면 글로벌 공급망이 코로나로 인해 붕괴하자 사람들이 제품 가격 인상을 감수하더라도 자국 업체를 찾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에서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이 활발해질 것으로 본 것이다.

WSJ도 세계화 속에서 중요한 의료물자 공급망을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에 너무 의존했던 것이 서방국의 마스크 대란 주원인이라고 꼬집으면서 코로나19 이후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단순화하려는 대대적인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세계은행(WB)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샨타 데바라잔 미국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운송을 포함한 세계 무역이 둔화할 때 치르게 될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보여준다”며 “이번 사태가 끝나면 오히려 글로벌 무역이 재개돼 더욱 강력해질 것이며 지금의 공급망 중단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무역 전망을 낙관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15일자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었어야 했다”며 “효율적이고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취약했다. 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이 없었다면 시스템이 무너졌을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구축할 경제시스템은 지금보다 덜 근시안적이며 더욱 탄력적이어야 한다”며 “각국은 세계화 활용과 국가의 자립 사이에서 더 나은 균형을 찾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또 다른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이번 팬데믹이 소득불평등 확대와 같은 고통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과 제도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많은 정부가 시행하는 국민 개개인에 대한 긴급재난지원은 보편적 기본소득제로 나아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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