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의료용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웃돈을 주고 ‘묻지마’ 사재기에 나서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의료용 N95 규격 마스크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과 1억1000만 달러(약 1400억 원)에 달하는 마스크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WSJ가 정부의 계약 문건을 검토한 결과, 5월 말까지 2000만 장 이상의 N95 마스크를 주문했다. 그런데 이들 중 최소 80%는 연방정부와 거래한 적이 없거나 몇 번 거래를 했지만 의료장비를 공급한 적이 없는 곳이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이미 납기를 맞추지 못했으며 아예 공급을 중단한 업체들도 있다. 모회사가 파산 상태인 업체도 있고 오너가 사기 혐의로 기소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미 정부는 입찰 경쟁도 없이 6배에 달하는 웃돈을 주고 마스크를 사들였다. 이는 앞서 전문업체들과 체결한 가격에 비하면 거의 바가지 수준에 가깝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내년 말까지 납품하는 조건으로 의료장비 업체 3M 등과 6억 달러 어치의 N95 마스크 주문을 계약했다. 이들과 체결한 가격은 마스크 장당 1달러가 채 안 되는 가격이었다.
의료용 마스크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연방정부는 물론 주 정부와 병원들까지 ‘묻지마’ 거래에 나서자 이익을 노린 업자들과 사기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뉴욕 시도 15개 업체와 마스크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들 중 60% 이상은 거래 실적이 없는 업체들이다.
또 정부가 철저한 검증 없이 웃돈을 얹어서라도 마스크를 사들이는 탓에 브로커와 짝퉁이 활개 치는 불법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에는 정부를 상대로 마스크 사기를 치던 간 큰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지난 10일 미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 연방 보훈처(VA)를 상대로 있지도 않은 N95 마스크 1억2500만 장 등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개인보호장비(PPE)를 공급하겠다며 거액을 요구하다가 사기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국내 생산시설에서 진품 3M 마스크를 확보했다며 거짓 증거까지 제시했고 다른 주 정부에도 접촉해 비슷한 제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빌 차일즈 3M 변호사는 “정부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다”면서 “한 몫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