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3월 수출입물가가 동반 하락했다. 특히, 수입물가는 5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고, 환율요인을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품목별로는 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과 제1차 금속제품, 광산품 하락 폭이 컸다. 반면, 수출에서 D램 등 반도체와 TV용 액정표시장치(LCD)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입물가지수는 5.2% 떨어진 100.84를 보였다. 이는 2015년 1월(-7.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수입물가는 1월(-0.8%) 이후 석달째 내림세다.
환율요인을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으로 보면 수출물가는 3.1% 내려 2014년 12월(-3.1%)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입물가는 7.3% 하락해 2008년 11월(-11.0%) 이래 최대 하락 폭을 경신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확산)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실패로 국제유가가 폭락한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하면서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 기준 하락세를 일부 희석시켰다.
실제, 3월 평균 두바이유는 전월 대비 37.8% 떨어진 배럴당 33.7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취합하기 시작한 1996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며, 2016년 2월(28.87달러)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반면, 원·달러 평균환율은 전월보다 2.2%(26.3원) 급등한 1220.09원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1238.4원) 이후 10년 7개월 만에 최고다.
품목별 등락을 원화 기준으로 보면 수출에서는 경유(-29.7%)와 휘발유(-42.5%), 제트유(-19.3%) 등 석탄 및 석유제품과 자일렌(크실렌)(-16.7%)과 벤젠(-18.9%) 등 화학제품, 은괴(-14.9%), 합금철(-13.3%) 등 제1차 금속제품의 하락 폭이 컸다. 수입에서는 원유(-36.5%) 등 광산품과 나프타(-39.0%)와 벙커C유(-23.9%) 등 석탄 및 석유제품이 크게 하락했다.
강환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유가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부진에, 감산합의 과정이 잘되지 않으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수출입물가도 많이 떨어졌다. 수입물가 하락 폭이 더 커 3월 교역조건은 개선되겠지만, 유가 하락이 코로나19 영향도 많이 받았다는 점에서 경기측면에서는 긍정적 신호로만 해석할 수 없겠다”며 “계약기준 물가가 더 떨어진 것은 환율상승분에 따른 상쇄 효과가 제거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은 상승세를 이어갔고, 전년동월대비로도 감소 폭이 둔화됐다. 아직은 괜찮은데 2분기나 하반기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상황이 전세계적 이슈가 되면서 불투명하다보니 한달한달을 예상하는게 더 어려워졌다”면서도 “OPEC 가 감산합의를 한 만큼 합의 이행이 잘되는지,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 원유 수요가 얼마나 빨리 되살아날지에 따라 (수출입물가 흐름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