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3%로 낮춰 잡았다. 당초 1.9% 성장에서 전망치를 4.2%포인트(p)나 내린 것으로 만약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되면 1980년 석유파동(-1.7%), 외환위기(-5.5%) 이후 세번째가 된다.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에도 경제성장률은 0.8%로 플러스 성장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경연은 8일 발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0년 1분기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위기 수준의 극심한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한경연은 정부의 전방위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적으로 경제여건 부실과 사실상 생산·소비가 마비됐으며 대외적으로 미국·중국 등 주요국의 급격한 경기위축으로 경기침체 흐름을 전환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경연은 “현재 위기상황이 장기불황 국면으로 진입하게 될지는 코로나19 상황 종결 시점과 주요국의 경기둔화폭, 정부 대응의 신속성과 실효성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4분기 보고서(1.9%)보다 4.2%p 하향조정한 것이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3.7% 성장하면서 상당 기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봤다. 기업실적 부진으로 명목임금 상승률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 활동의 물리적 제약, 전염병에 대한 불안감으로 바닥에 이른 소비심리가 민간소비 악화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가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과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 등 구조적 원인 역시 민간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설비투자는 내수침체와 미·중 등 주요 수출국 경기위축에 따라 -18.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공사 차질과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 영향으로 감소폭이 -13.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경제위기 때마다 경기 반등의 ‘효자’ 역할을 해오던 실질 수출도 글로벌 경기의 동반 하락에 따른 세계 교역량 감소로 -2.2%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0.1%p 낮은 0.3% 수준, 경상수지는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상품수지 흑자폭이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서비스수지의 적자 기조가 지속되면서 전년보다 90억달러 줄어든 51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한경연에 앞서 노무라증권이 최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7%로 내려 가장 극적으로 수정했고,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3일 보고서에서 -3.0%로 하향조정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한편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론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 경제의 ‘V자’ 회복론을 예상했던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주 만에 입장을 바꿔 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브루킹스연구소 화상토론에서 ‘V자 회복’ 기대를 일축했다.
그는 “경기반등이 빠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아마도 경제활동 재개는 꽤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경제활동은 상당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를 가동하더라도 코로나19 위기가 다시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기 전까지는 경제가 정상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버냉키 의장은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에 매우 좋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0% 이상 역성장 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버냉키는 현재 재정 및 통화정책의 위기 대응에 대해 자금의 투입처와 관련한 문제가 있다면서도 “꽤 괜찮다”고 평가했다. 추가 경기부양책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버냉키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을 이끌며 경기 회복을 주도한 바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의 후임인 재닛 옐런 전 의장도 미국의 2분기 경제에 대해 30%대 역성장을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