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전자가 양호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것은 사실상 반도체 효과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관측되고, 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부문 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비슷하거나 다소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잠정 실적 때는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 매출은 17조 원, 영업이익은 3조7000억 원∼4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서버 D램 가격이 상승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언택트(비대면) 확대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늘며 수혜를 봤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DR4 8기가비트 D램 제품의 3월 고정 거래 평균 가격은 전달 대비 2.1% 오른 2.94달러를 기록했다. 3개월째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반도체 부문의 구조적 개선세가 예상을 능가하며 최근 낮아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업의 경우, 갤럭시S20과 폴더블폰 등 플래그십 제품의 소매점 판매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진했지만, 출하에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오른 원ㆍ달러환율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영업이익은 2조 원대를 넘긴 것으로 관측된다. 전 분기 달러당 1175.8원이었던 환율은 1분기 1193.6원으로 상승했다.
증권가에서 보는 IM(ITㆍ모바일)부문 1분기 영업이익은 2조4000억 원가량이다.
특히 전작인 갤럭시S10 시리즈보다 갤럭시S20의 판매 가격이 평균 15∼18%가량 높은 것도 부진한 판매량을 메우는 요인이 됐다.
갤럭시S10의 가격은 기존 124만8500원∼128만1500원이었지만, 갤럭시S20 시리즈의 가격은 124만8500원∼159만5000원이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기인해 스마트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둔화했고 갤럭시S20의 출하량은 6000만대 미만으로 추정하지만, 판매 가격이 오르고 마케팅 비용이 줄어 시장 기대를 능가하는 실적이 나왔다"고 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LCD(액정표시장치) 가격 하락과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수요 부진 등 영향이다. 영업손실이 4000억∼6000억 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TV와 생활가전 등 CE 부문은 영업이익 5000억∼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5400억 원을 기록했던 작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사업 부문별 실적을 이달 말에 발표할 예정으로 이날 공시에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생활가전과 TV 부문의 성장세가 유지된 것으로 추정된다.
생활가전을 맡고 있는 H&A 사업은 건조기, 공기청정기, 스타일러, 무선청소기 등 신성장 제품군의 매출 증가 및 비중 확대로 고수익성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에도 프리미엄 가전 전략이 먹혔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가전업계 내 경쟁 완화로 마케팅 비용이 축소되면서 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와 매출 감소 일부를 상쇄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가들은 생활가전 부문의 1분기 매출이 2년 연속 5조 원을 넘기고, 영업이익률도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 1분기(13.3%)와 비슷한 수준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TV를 담당하는 HE사업은 LCD TV 업계 내 경쟁이 완화되며 마케팅 비용이 줄고, OLED TV 판매 증가와 프리미엄 비중 증가로 수익성이 회복된 것으로 예상된다.
또 연결 대상인 LG이노텍의 실적이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 공급 증가와 원화 약세로 양호한 효과도 반영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자동차 부품 솔루션(전장) 부문은 글로벌 완성차 업황 악화에 따라 실적 부진이 이어져 1분기에도 영업적자가 지속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 역시 신모델 출시 지연과 출하량 감소로 적자가 지속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