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무디스애널리틱스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3주 사이 미국 경제의 4분의 1이 멈춰섰다. 미국 내 모든 카운티의 80%가 셧다운됐는데, 이들 지역이 미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96%에 이른다. 또 전체 50개 주 가운데 41개 주에서 영업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상점, 대학, 체육관, 영화관, 공원 등 수백만 개의 사업장이 문을 닫았다. 이에 미국의 일일 생산은 폐쇄 조치 이전인 3월 첫째주에 비해 29% 감소했다.
특히 일일 생산 감소의 10%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맨해튼, 시카고 쿡 등 3개 카운티에 집중됐다. 영업 중단 영향으로 LA는 일일 생산이 35% 감소했고 맨해튼과 쿡은 각각 25%, 30% 줄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이 정도의 대규모 사업 중단은 처음”이라면서 “이런 상태가 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2분기 GDP가 연율 75%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이것은 천재지변 수준”이라면서 “대공황 때도 겪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1929~1933년 대공황 당시 연간 생산은 26% 감소했고, 금융위기 때인 2007년 중반~2009년 말 분기 생산은 약 4% 줄었다.
2001년 9월 11일 동시다발테러 이후 며칠간 미국 생산은 현재 환율 기준 약 1110억 달러(약 137조500억 원) 감소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 정부 폐쇄 조치로 약 3주간 감소한 생산은 3500억 달러에 이른다. 이에 대해 잔디는 “인디애나 주의 1년간 생산이 사라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이번 위기가 지난 금융위기와 달라 경제 타격이 더 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금융위기는 가계 및 기업의 막대한 부채 증가로 수요 측면이 충격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즉, 가계 소득 감소로 인한 소비 감소, 공급 타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반대다. 사업장이 폐쇄되는 등 공급 차질이 가계 소득과 지출 감소를 불러서다.
WSJ와 무디스의 분석에서는 늦어도 올가을에 영업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기업 투자 감소 및 실업률 상승으로 인한 영향을 고려하면 생산 감소는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70만1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2009년 이후 최대치다. 미국에서 실업자가 2주 만에 약 1000만 명 폭증하는 등 전례 없는 초고속 침체가 진행되는 중이다. 지난주 발표된 주간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약 665만 건으로 사상 최대폭으로 늘었다. 3월 4.4%까지 오른 미국의 실업률이 4월에는 14%로 치솟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