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4월 3일 미래투자회의에서 2020년대의 5G(제1단계, 도입기~현재), 포스트 5G(제2단계, 확대기)와 2030년경의 6G(비욘드 5G) 전략을 밝혔다. 이 발표 자료에 따르면 5G 분야의 중요 기술에 관한 특허(국제표준 규격을 충족시키기 위해 반드시 이용할 필요가 있는 특허)의 수는 지난 1년간 두 배가 늘었다. 2013년 1월부터의 누적치로 2018년 6월의 7348건에서 2019년 6월에 1만5131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허 보유 국가와 기업별 증가율을 보면 미국(퀄컴) 11.4%, 중국(화웨이) 11.1%, 한국(삼성) 9.2%, 스웨덴(에릭슨) 8.1%, 한국(LG) 7.4%, 일본(NTT도코모) 5.7%, 미국(인텔) 5.4%, 핀란드(노키아) 5.1%, 중국(ZTE) 3.1%, 일본(샤프) 2.0%, 일본(소니) 1.9%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 한국, 중국, 일본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 이들 주요 기업의 2019년 연구개발비는 삼성이 173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그 다음은 화웨이 153억 달러, 인텔 134억 달러, 퀄컴 54억 달러, 노키아 49억 달러, 소니 43억 달러 순이었다. 반면 이동통신 시스템의 국제표준을 검토하는 국제기관(3GPP)에 문서 제안을 한 건수는 화웨이가 압도적으로 많고, 에릭슨과 노키아가 그 뒤를 따랐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은 적극적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GPP(3세대 파트너십 프로젝트)는 3G, 4G 등의 이동통신 시스템의 스펙을 검토해 표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미·중·일·유럽의 표준화 단체가 만든 프로젝트다.
아베 총리는 4월 3일 열린 미래투자회의에서 2030년에 도입될 ‘비욘드 5G’를 겨냥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고 글로벌 민관협력 체제를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중국 통신 3사는 3월 24일 2020년 12월기(결산기준) 투자계획을 나란히 발표했다. 중국이통, 중국연통, 중국전신 등 3사가 201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의 투자계획에 따르면 3사 합계로 1800억 위안(약 28조 원)에 달한다. 전년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휴대전화의 계약 건수가 급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G 관련 투자를 경기부양책의 기둥으로 삼고 있다.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정보통신중앙원은 5G가 휴대폰 수요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운전기술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제조업 기반 확충 등으로 2030년에 16조9000억 위안의 경제효과와 2000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5G 상용화 1주년을 맞은 한국도 시장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6500억 원(전년도 약 3400억 원)을 투자해 민간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8일 제3차 5G+전략위원회를 열어 그동안의 추진실적과 발전방향을 잡아가겠다고 한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미국은 통신 인프라를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의 플랫폼 사업자를 위한 상업망 중심의 전략에서 국민생활을 지탱하는 라이프 라인으로서의 역할을 한층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통신 인프라의 보편적 서비스가 세계 최강을 자랑하지만 온라인 교육, 원격 의료, 텔레워크 등 새로운 경제 영역을 창출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점에 있어서 중국이 미국과 한국을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한발 늦었지만 각국의 장점을 채택하는 전략인 것 같다. 타이완과 싱가포르는 규모는 작지만 이번 사태에서 혁신국가 모델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사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평창 겨울 올림픽에서 5G 기술을 자랑했던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시장의 구조 변화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전략과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