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의 변수는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다.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종로는 날씨가 따뜻해졌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가와 공원은 물론 거리에서도 예년보다 사람 수가 줄었다.
31일 종로 민심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여야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국가적 재난 극복을 위해 정부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에 힘을 보태줘야 한다는 입장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종로에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미래통합당은 황교안 대표가 후보자로 나선다. 두 후보 모두 당의 간판이자 대권주자이기 때문에 인지도는 큰 차이가 없다. 결국, 경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공약이 어느 후보에게 있는지가 표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평창동 주민인 민서희(여, 72) 씨는 “정부와 민주당은 ‘내로남불’이 심해서 믿을 수가 없다”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언급하며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신뢰가 갈 만한 사람인 것 같다. 비례정당에 문제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며 소신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며 이 전 총리를 찍겠다고 했다.
삼청동 공원에서 운동하고 있던 신모(남, 60대) 씨는 “야당은 파벌싸움만 하지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은 적이 있느냐”면서 “패스트트랙 당시 싸우는 모습 보고 보수 정당은 찍으면 안 된다고 마음을 먹었다. 황 대표도 종로 후보자로 나올 거면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이미 늦었다”며 민주당 지지를 밝혔다.
신 씨 옆의 지모(남, 60대) 씨도 “세계가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난리인데 그래도 우리나라는 방역이라든가 대응을 잘해 이 정도에 그친 것 같다. 정부가 잘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을 찍겠다고 했다.
반면 낙원동 일대에선 황 대표에 대한 지지가 이어졌다. 낙원상가의 한 점포 상인(남, 70대)은 “최근 3년간 유동인구 자체가 말도 안 되게 줄었다. 광장시장도 재고가 많이 쌓여 애먹는다고 한다”면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권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황교안을 찍으려 한다”고 말했다.
점포 바로 옆 식당 주인(여, 63)은 “정책은 모르겠고 일단 경제가 살았으면 좋겠다. 평소보다 손님 수가 10~20% 줄었다”면서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받았는데 정부 대응이 ‘보여주기’ 식인 것 같아서 좀 그렇다. 서민들이 살려면 경제가 먼저 살아야 하지 않겠나”며 하소연했다.
낙원상가 앞 구둣방 사장(남, 86)도 “현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코로나19 대응도 진작에 대처했다면 지금 사태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눈엔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모습이다”면서 ‘정권 심판’으로 황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어느 한 후보에 대한 정치적 지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민심도 있었다. 동대문 시장 원단 도소매업만 30년 했다는 이모(남, 57) 씨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경제가 안 좋아졌다”면서 “중국 보따리 상인들의 발걸음이 뚝 끊기니 하루 간신히 20~30만 원 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누가 되든 상관없다. 그냥 경제만 살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종로구에서만 50년 살았다는 한 남성은 “우리 구에 누가 되든 상관없다. 그동안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 못 하거나 그런 적도 없다”면서 “정치판에서 종로구가 상징성을 가지는데 누구든 그냥 서민들 생각하고 제대로 일했으면 한다”고 했다.
종로에서 국회로 이동하는 길에 대화를 나눈 택시 운전사 김모(50대) 씨는 “이번 총선에선 투표하지 않겠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밥그릇 싸움’ 하는 것은 똑같지 않냐”면서 “처음에만 국민을 위한 척하지만 결국 싸움이다. 깨끗한 정치인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