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텔과 레스토랑, 항공사들이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강제로 문을 닫는 등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진 반면 이동제한과 재택근무 등으로 수요가 늘면서 식료품점과 온라인 소매업체, 병원 등의 일자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인력관리업체 맨파워그룹의 베키 프랭키비츠 북미법인 사장은 “1948년 창업 이래 가장 거대하고 빠른 인력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하룻밤 만에 수만 개의 일자리 공고가 난다. 우리는 몇 시간 만에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주 무려 328만 명이 실직, 신규 실업수당을 청구했다. 이는 1970~80년대 오일쇼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 규모 일자리 손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팬데믹으로 수요가 폭발하는 일부 대기업들은 공격적으로 직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오프라인 소매업체 월마트와 대형 약국체인 CVS헬스 등은 수요에 맞추고자 수주 안에 총 50만 명을 신규 채용할 방침이라고 WSJ는 전했다.
독일 의회는 지난주 ‘쿠어쯔아르바이트(Kurzarbeit)’에 지원하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쿠어쯔아르바이트는 실직한 근로자들이 농업이나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하는 대신 정부가 급여의 3분의 2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독일 동부의 한 농장주는 “농장일을 돕겠다는 사람들의 전화가 빗발쳤다”며 “요리사와 웨이터, 음악 교사, 물리치료사 등 이력이 매우 다양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에서 150~170명의 일용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다.
프랑스 농업부는 지난주 “국경 봉쇄 등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올 수 없다”며 “3월에 4만5000명, 4월과 5월에 각각 8만 명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고용 열기가 향후 몇 개월간 예상되는 대규모 실직을 상쇄하기에는 불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런 일자리 재편의 상당수는 임시직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이번 기회를 통해 필수적인 산업군이어서 미래에도 실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일자리를 찾으려 한다. 이달 초 한 음식업체에서 실직한 37세 미국 여성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새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는 “헬스케어가 잘릴 우려가 없는 직장이라는 것을 바이러스가 증명했다”고 말했다.
기업의 일자리 공유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의류 및 식료품 체인 막스앤스펜서는 매장 내 카페와 의류 부서에서 식품 사업부로 4600명 이상의 직원을 이동시켰다.
독일에서는 맥도날드가 대형 식료품 체인 2곳에 약 3000명 직원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맥도날드 직원들은 이들 식료품 체인과 약 2개월의 단기 계약을 맺을 수 있으며 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맥도날드로 복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