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전기차 시대, 엠블럼이 먼저 바뀐다

입력 2020-03-30 18:00 수정 2020-03-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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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웅장한 3차원 엠블럼 하나둘 사라져…단순한 구성의 2차원 엠블럼 등장

▲현대자동차(왼쪽부터), 폭스바겐, BMW 콘셉트카에 적용된 신형 엠블럼 모습. 작은 사진은 기존 엠블럼.
▲현대자동차(왼쪽부터), 폭스바겐, BMW 콘셉트카에 적용된 신형 엠블럼 모습. 작은 사진은 기존 엠블럼.
기자는 학력고사를 치른 마지막 세대다.

안타깝게도 ‘재수’의 길로 접어들었더니 시험제도가 변했다. 요즘 수험생이 치르는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다.

대입 재수도 억울한데 교육부는 시험 문항과 유형, 출제범위, 심지어 교과서까지 뜯어고쳤다. 특히 역사 교과서가 그랬다.

그동안 달달 외웠던 타제석기와 마제석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바뀐 역사 교과서는 매몰차게도 이들을 ‘뗀석기’와 ‘간석기’라고 바꿔 불렀다. 구석기와 신석기, 청동기 시대를 나누는 기준도 달라졌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구석기와 신석기, 청동기를 나누는 시점은 명확한 기준점이 없다. 오롯하게 석기만 사용하던 시대가 있었고, 석기와 청동기가 공존하는 과도기가 이어졌다. 이후 본격적인 청동기 시대를 맞았다.

다시 2020년으로 되돌아오자. 우리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친환경 전기차가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단순하게 “2020년형 전기차가 나왔고, 엔진이 달린 구형 자동차는 단종했다”는 명제로 설명할 수 없는 공존의 시대다.

버젓이 다른 엔진이 달린 신차들이 등장했으나 곳곳에는 전기차와 미래차 시대를 준비하는 다양한 장비들이 속속 스며들고 있다.

◇변속 레버 사라지고 다이얼과 버튼의 등장=자동차의 변속기를 운전자가 직접 레버로 조작하던 때가 있었다.

변속기 레버를 이리저리 움직여 가장 적절한 유성기어를 엔진 회전수에 맞추는 방식이다. 수동이든 자동이든 ‘말뚝’ 모양의 레버가 변속기에 직접 맞물리는 형태였다.

2000년대 초, 승용차를 기반으로 한 도심형 SUV가 본격화되면서 이런 방식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요즘 변속기는 형태만 ‘레버’일 뿐, 하나의 리모컨으로 보는 게 맞다. 레버를 움직일 때마다 전기 신호를 보내고, 이 신호를 받은 변속기가 전진과 후진, 주차, 중립 등으로 움직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이런 레버조차 사라지고 있다.

레버를 앞뒤로 움직이며 주행상태를 결정하는 게 아닌, 버튼을 누르거나 다이얼을 움직여 전진과 후진을 고른다.

이런 버튼식과 다이얼 방식의 변속 레버(셀렉터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는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다. 먼저 운전석과 동반석을 포함한 1열 공간을 넉넉하게 쓸 수 있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원가절감 효과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안에 숨겨진 목적이 뚜렷하다. 버튼 또는 다이얼 방식의 변속 셀렉터는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차가 스스로 전진과 후진을 결정지을 수 있는 출발점이다.

◇2차원 평면으로 되돌아간 3차원 엠블럼들=자동차 브랜드를 상징하는 엠블럼도 전기차 시대를 준비 중이다.

21세기를 앞두고 독일 고급차 브랜드를 시작으로 화려한 엠블럼이 속속 등장했다. 입체감이 뚜렷한 엠블럼은 대부분 반짝이는 크롬 장식을 덧대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단순하게 ‘선’에 머물러 있던 엠블럼들은 3차원적인 양각 구도를 갖추고 앞쪽 그릴과 뒤쪽 트렁크의 중심에 자리 잡았다.

이 무렵 기업 이미지를 상징하는 CI(corporate identity)와 브랜드 정체성을 담은 BI(brand identity) 개념도 등장했다.

그러나 2020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속속 화려하고 웅장했던 3차원 엠블럼을 단순하고 명료한 2차원 평면 엠블럼으로 속속 교체 중이거나 교체를 검토하고 나섰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과도기를 맞아 브랜드 정체성을 뜯어고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전기차 시대 “이제 기본으로 돌아간다”=화려하고 웅장했던 엠블럼은 단순한 구성의 평면체로 변모 중이다.

가장 먼저 독일 폭스바겐이 새 엠블럼을 내놨다. 폭스바겐(Volkswagen)의 영문 머리글자 가운데 V와 W를 위아래로 배열한 엠블럼 구성은 동일하다.

다만 푸른색 바탕 위에 은색 엠블럼을 얹어놓고 3차원 감각을 품었던 이전 엠블럼은 사라졌다. 구성은 비슷하되 단순한 2차원 엠블럼으로 바꿨다.

엠블럼을 변경한 뒤 예상대로 반응은 시큰둥했다. 다분히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는 진짜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복안이 담겨있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던 자동차에 대한 선입견이 모조리 사라진다.

엔진 자동차는 뜨거운 엔진 열기를 식힐 냉각장치가 필수다. 공기 또는 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엔진 열기를 식혀줄 앞쪽 그릴이 사라진다. 요즘 전기차에 흔히 말하는 ‘프런트 그릴’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다.

결국, 자동차 브랜드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도구는 엠블럼이 사실상 유일하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3차원 엠블럼 대신 2차원 엠블럼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전략이 숨어있다. 물리적인 장식으로 엠블럼을 구성하는 것이 아닌, LED로 엠블럼을 드러내는 시대가 속속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 엠블럼이 속속 화려한 3차원에서 단순한 2차원으로 바뀌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기차 시대 현대차도 새 엠블럼 단다=폭스바겐을 시작으로 독일차들이 시범적으로 새 엠블럼을 도입하고 있다.

BMW도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엠블럼을 시도 중이다. 최근 등장한 전기차 콘셉트 i4는 새 엠블럼을 처음으로 달았다. 동그란 검정 테두리가 사라지면서 이제 차체 색깔로 대신한다.

현대차 역시 전기차 시대를 맞아 새 엠블럼을 시도 중이다.

45년 전, 현대차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의 이미지를 이어받은 전기차 콘셉트 ‘45’에 새 엠블럼을 시도했다. 현재 타원형 속에 담긴 이니셜 H 형상을 고스란히 이어받되 밑바탕에 LED 광원을 심어 넣는 방식이다. 이밖에 제네시스 역시 흑백형상의 엠블럼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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