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2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도쿄올림픽의 완전한 실시가 어렵다면 연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전날 긴급 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나서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당사자들과 함께 올림픽 연기를 포함해 관련 시나리오의 세부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 4주 안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림픽 취소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아베 총리도 “IOC의 결정은 ‘완전한 형태로 실시’라는 우리의 정책에 부합한다”며 “선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둔다면 연기라는 판단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완전한 형태의 실시’라는 단어에 대해서 “규모를 축소하지 않고 관객도 함께 감동을 느껴야 한다는 방침 하에 준비를 착실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을 연기하더라도 무관중 경기는 절대 없다는 원칙을 천명한 셈이다.
IOC가 4주라는 데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이미 아베 총리나 다른 나라 올림픽위원회 모두 연기로 가닥을 잡는 모습이다. IOC 성명이 발표되자마자 캐나다올림픽위원회와 패럴림픽위원회가 국가올림픽위원회 중 처음으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지 않으면 불참할 것이라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다른 영연방 국가도 이날 캐나다와 비슷한 입장을 피력했다.
아베 총리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코로나19라는 뜻하지 않은 역사적 사태로 엄청난 난관을 맞게 됐다. 아베에게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아베는 전날 IOC 긴급회의가 있기 전만 해도 올림픽의 정상적 개최를 고수했다. 이런 고집에는 올림픽을 화려하게 성공시켜 일본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충격에서 벗어나 완전하게 부흥했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한다는 꿈이 있다. 또 아베가 내년 9월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평생 숙원이었던 개헌을 마무리하려면 올림픽 성공이라는 성과가 필요하다.
이에 아베는 국가원수라는 체면도 버리고 지난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에 게임 주인공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등장하는 등 도쿄올림픽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도쿄올림픽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림픽 ‘취소’가 아닌 ‘연기’라 해도 일본의 경제적 손실이 6000억~7000억 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까지 포함하면 일본의 올해 경제적 손실 규모가 7조8000억 엔(약 9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렇게 일본이 팬데믹 심화라는 위기에 몰리면서 당국은 전국적으로 올해 벚꽃놀이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야외에 나와 벚꽃을 감상하면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3~5월 벚꽃놀이 시즌 관광객은 약 850만 명에 달했으며 그 경제효과는 6500억 엔에 이르렀다. 지금은 세계적인 여행 제한으로 작년만큼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없음이 확실하다. 그런 가운데 시민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정반대 행동을 하면서 코로나19 환자 급증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