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공매도, 비중 적지만 규제 엄격…‘기울어진 운동장’ 방증

입력 2020-03-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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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 비중은 미국, 홍콩 등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매도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엄격한 편이라는 점에서 공매도 제도의 문제가 그만큼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공매도 거래대금은 128조 원으로 전체 주식시장 거래대금(2800조 원) 대비 4.6% 수준이다.

이 비중이 미국은 39.6%, 일본은 36.4%, 홍콩은 16.5% 등으로, 한국의 공매도 거래 규모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크진 않은 편이다.

다만 규제 강도는 주요국과 비교해 엄격하다. 국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있고 소위 '업틱룰(Uptick rule)' 규제와 공매도 호가 표시, 공매도 잔고 보고,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 공매도 종목별 잔고 공시, 공매도 대량보유자 공시 등의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국내에서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되고 빌려온 주식 없이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업틱룰은 공매도를 통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바로 직전 체결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문을 내야 하는 규정이다.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공시는 투자자나 그 대리인이 공매도 잔고가 해당 종목 상장주식 총수의 0.5% 이상 되면 의무적으로 공시하는 것이고, 과열종목 지정제는 비정상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고 동시에 주가가 급락하는 종목에 대해 투자자 주의를 환기하고 주가 하락의 가속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미국과 홍콩도 공매도 규정이 엄격한 편이지만 공매도 대량보유자 공시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공매도 대량보유자 공시는 하지만 공매도 종목별 잔고 공시가 없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은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공매도 잔고 보고, 공매도 대량 보유자 공시 규정은 있지만 업틱룰, 공매도 호가표시, 공매도 종목별 잔고 공시 등의 규정은 없다.

국내 공매도 규제가 다른 국가보다 강력한 것은 규제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 거래의 과반을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큰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다.

2018년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자별 거래 비중을 보면 개인은 67.6%를 차지했고 외국인은 18.4%, 기관 등이 14.0%였다. 코스닥 시장만 보면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85.0%였다.

반면 일본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17.1%이고 홍콩은 10.3%였다. 미국도 기관 투자자 위주 시장이어서 개인 투자자 비중은 작은 편이다.

국내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따른 피해가 막대한 편이고 직접적으로 와닿는 구조다. 공매도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자주 발생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

지난해 공매도 거래대금 103조5000억 원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 거래대금이 약 65조 원으로 62.8%를 차지했고 개인 투자자는 1조1000억 원으로 1.1%에 그쳤다. 기관 투자자는 37조3000억 원으로 36.1%였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회사가 101곳에 달했고 이 중 외국 금융회사가 94곳으로 93.1%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국내 공매도 시장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고 대안도 조금씩 제시되고 있다.

금감원은 대안으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를 제시했다.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하고 그 외 종목은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이다.

홍콩은 시총이 30억 홍콩달러(약 4천700억 원) 이상이면서 12개월 시총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을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해 허용하고 있다. 홍콩거래소가 수시로 지정 종목을 점검해 변경한다.

일본식 공매도 제도 개혁을 벤치마킹할 것을 제안하는 의견도 있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공매도 개혁을 단행해 지금은 개인 공매도 비중이 25% 정도"라며 "시장 참여자의 합의도출 과정을 거쳐 제도 개혁을 단행한다면 우리도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여전히 공매도 개혁에 대해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다시 (기울어진 운동장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그런 문제 제기가 타당한 면이 있기 때문에 계속 (제도 개선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향을 아직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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