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 19) 감염증으로 글로벌 물류망이 마비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급속히 확대돼온 제조업의 공급사슬(서플라이 체인)은 이번에 여지없이 약점을 드러냈다.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때에도 공급사슬 문제가 노출됐었으나 이번 사태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제조업의 얼굴인 자동차산업의 타격은 제조업의 침체는 물론 세계경제 불황을 가속시키는 최대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할 것이다.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의 일시 중지(중국은 일부 가동 중) 사태에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적지 않다. 먼저 중국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미국 다음의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서의 중국과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공급처로서의 중국을 봐야 한다. 자동차 불황을 촉발시킨 중국발 코로나 불황은 중국이 수치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경제적 위상을 훨씬 능가한다. 자동차 시장은 스톡(stock)경제이며, 그 부품 시장은 플로(flow)경제다. 이 플로 경제가 붕괴된다는 것은 승수적으로 마이너스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 즉 최하위의 부품업체부터 최상위의 조립 메이커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이 요동을 치고 있다. 중국에 직접 진출했던 자동차 메이커들은 3개의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비용은 올라가겠지만 통상 리스크가 작은 미국으로 진출선을 돌리는 방안, 자국 내로 공장을 회귀시키는 방안, 노동비용이 저렴한 개도국으로 옮기거나 인수합병(M&A) 하는 방안 등이다. 모두가 만만치 않은 선택이다. 중국 문제는 글로벌화가 갖고 있는 약점과 맹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다음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자동차산업의 제4차 산업혁명화를 후퇴시킬지, 가속시킬지를 판단해 볼 일이다. 자동차산업은 이미 공유경제(셰어링 이코노미)의 거대한 파도에 휘말리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 데이터·로봇 등 제4차 산업혁명 기술로 생산과 서비스 현장이 확 바뀌고 있는 중이다. 공유경제와 함께 공장의 스마트화, SaaS(Software as a Service), MaaS(Mobility as a Service)에 의한 서비스 고도화 등은 자동차산업에서 100년에 한 번 올지 모른다는 세기적 혁신이다. 이 혁신 무드에 코로나 사태가 찬물을 끼얹을지, 기름을 부을지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2017년까지 연간 1억 대를 향해 성장해 온 세계자동차 생산은 2018년부터 첫 하향세로 돌아서 2019년에는 9000만 대에 머물렀다. 자동차업계는 2020년 생산량이 전년도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여기에 갑자기 터진 코로나 사태로 급격한 하향 커브를 그릴 것이 분명해졌다. 어차피 자동차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라면 스마트 팩토리 실현과 생산·서비스 융합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여기는 인식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구조혁신과 생태계 변화를 유도하려면 국가적인 전략과 막대한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자동차 산업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2008년 9월 일어난 리먼 쇼크와 2009년 4월 발생한 신형 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파산 신청한 GM과 크라이슬러를 미국 정부가 구제한 뒤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사례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세계 자동차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하다. 한국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혁신의 파고를 재빨리 올라타서 자동차산업의 향후 10~20년을 대비하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23일 전 세계 자동차공장 올 스톱은 국가의 운명을 건 새로운 자동차 산업 패권시대를 예고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이 든다.